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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5원… 연중 최저 눈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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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치에 근접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달러가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 등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한국 증시 전망을 좋게 보는 외국인 투자도 쏟아지면서다. 여기에 달러를 들여와 국내 채권 등에 투자해 금리와 환차익을 동시에 얻으려는 단기 차입까지 늘어나면서 환율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전날보다 0.3원 떨어진 달러당 926원에서 출발해 925.7원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원화가치 급등에 따른 당국의 개입 우려 등으로 오후 들어 매수세가 몰려 전날보다 1.2원 오른 927.5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연중 최저치인 1월 2일의 925.6원에 바짝 다가선 수준이다. 뉴욕 등 역외시장 등의 선물환 시세는 이날 925.4원까지 내려가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달 초 '엔 캐리 트레이딩'(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하는 것) 청산 움직임이 일면서 951원대까지 올라갔던 원-달러 환율이 FTA 타결 이후 이달 들어 하루 평균(거래일 기준) 0.8원씩 떨어진 셈이다.

김윤철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FTA 타결 이후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2조3000억원 이상 몰린 것이 주 요인"이라며 "FTA로 국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심리적 기대감 때문에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환율 하락이 장기화하면 기업 설비투자 위축→수출 증가세 제동의 악순환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외환시장에선 그러나 단기간 급락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증시로 돈이 몰리고 수출 호조로 조만간 연중 최저치를 돌파할 가능성은 크지만 900선 밑으로 추락하는 등의 급락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반대로 외환당국이 환투기 등에 대한 개입에 나서거나 중국의 긴축 등 영향으로 엔 캐리 트레이딩 청산이 재개되면 주가 급락과 환율 급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당분간 추가 하락 쪽의 가능성이 크다"며 "수출 기업들의 환 위험 회피 등 환율 급락에 대한 기업.가계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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