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전통음악교류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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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중국·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음악인들의 교류가 단순한 상호 교환방문연주를 넘어 각국 전통악기의 합동연주 및 이를 위한 공동작곡,「아시아적인 음악」을 찾기 위한 세미나 등 다양화·본격화하고있다. 김덕수 패의 사물놀이의 리더 겸 장구잡이 김덕수씨와 일본작곡가 겸 전자음악연주자 지노 슈이치씨가 공동 기획한「귀(이)의 해-92/93 서울」이 24일부터 시작돼 93년 2월까지 6회에 걸쳐 2개월마다 열린다.
오는 6월 1∼7일 일본 센다이에서는 한국·일본·중국·필리핀·홍콩 등 아시아 각국 음악인들이 참가하는「아시아 국제음악제92」가 열리며 9월 1일 서울에서 펼쳐질「아시아민족관현악단 창단연주회」를 위해 한·중·일 3개국작곡가들이 창작 곡을 준비하고 있다.
「귀의 해」시리즈는 음악의 새로운 흐름을 찾는 한일 양국의 실험적 음악가들이 장르의 구분 없이 서로 만나 음악에 대한 생각과 행위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한 행사. 24∼25일 라이브하우스 난장에서「내일의 전통」이란 주제로 열리는 첫무대에 한국의 정회전씨(가야금)와 일본의 사와이 가즈에씨(고토)가 함께 올라 전통악기로 새로운 음악세계를 탐구한다.
계속해서「화음의 천국」「미디어의 가능성」「전자음악」「행위와 즉흥」「목소리와 숨」을 주제로 프리 뮤직·전자음악·행위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양국의 정상급 음악인들이 한데 어우러질 예정. 이 같은 합동공연 외에도 음악에 대한 관점의 차이 등을 서로 확인하기 위한 워크숍 형태의 대화모임도 매번 곁들인다.
「새로운 소리의 만남」을 주제로 한 센다이「아시아음악제92」는 현대음악과 전통음악 연주·강연·심포지엄 등을 통해 아시아음악의 새로운 음악경향과 위상을 알아보기 위한 음악행사. 이 기간 중에 6월 2일「한국의 날」에는 정남희씨 작곡의『반영』, 정형숙『탈3』, 주성희『하모니』등이 연주된다. 또 강석희 교수(서울대)는『전자음악』, 권오성 교수(한양대 )는『한국음악의 미학』을 주제로 각각 강연한다.
「새로운 아시아음악의 창조」를 내걸고 중앙국악관현악단(한국)·일본음악집단(일본)·북경중앙민족악단(중국)을 중심으로 각국 민족악기 연주자들이「아시아민족관현악단」을 조직하게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91년 5월 일본 쓰루가에서 열린「환동해 국제예술제」.이 자리에서 한국의 박범훈·백대웅 교수(중앙대)와 일본의 미키미노루, 중국의 유문금 등 3개국 작곡가들은 서양음악에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아시아음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아시아민족관현악단을 결성키로 합의했다. 당시 북한음악인들도 이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과연 북한도 이에 참가할는지는 아직 미지수. 각국 작곡가들은 3개국 민족악기연주자 1백여 명이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관현악 곡들을 각각 작곡해 오는 9월 1일 서울에서 첫선을 보인다. 한편 단순한 방문연주를 넘어선 아시아 각국 음악인들의 이처럼 진지하고 본격적인 교류와 만남은 거의 무방비상태로 서양음악에 압도돼온 아시아음악계가 나름의 현대화·대중화 방안을 모색하는데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 다.<김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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