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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부끄러운 「국립서울과학관」/「과학의 날」돌아본 “과학현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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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부 무관심… 시설 20년전 수준/전문직원 단1명 「과학한국」무색
과학입국의 기치를 내걸고 정부가 72년 설립한 국립 서울과학관이 무관심과 시설노후로 제구실을 못해 「과학의 날」을 맞아 아쉬움이 더 크다.
서울과학관은 60년초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국민들의 과학생활화가 우선과제라고 설립을 지시해 창경궁에 인접한 현재의 와룡동 3천3백여평의 대지위에 기초공사를 시작했었다.
그러나 4·19,5·16 등 정치·사회적 격동과 예산부족으로 중지됐다가 70년대초 박정희 대통령이 다시 사업을 추진토록 해 72년 9월 상설전시관을 개관했다.
개관초기인 73년 38만여명의 관람객이 몰려 전기·전자·항공 등 기초과학 학습자료와 각종 곤충·식물 등의 전시물을 통해 과학에의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76년에는 42만여명,79년에는 51만여명이 과학관을 찾아 국내 유일의 과학학습장으로서 명성을 누리고 아낌을 받았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시설이 낡아진데다 정부의 무관심이 계속되면서 관람객 수는 급격히 떨어져 81년 38만,82년 35만,88년 28만,90년대에 들어서는 23만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나마 청소년·성인의 비율이 반반씩이었던 70년대와는 달리 80년 이후엔 관람객의 85%가 유치원·국민학생으로 어린이들의 단순한 나들이 코스로 전락했다.
현재 상설전시관에는 물리·에너지·화학 등 16개분야 1백72개 주제 5천여점,산업관에는 중화학공업에 대한 생산공정등 6개분야 25주제 1백여점 등 모두 5천7백여점이 전시돼 있다.
그러나 이중 70% 정도가 70년대 전시됐던 것으로 80년대들어 시설투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임근수 서울과학관장(56)은 『현재 연예산 8억여원중 인건비·부대비용을 제외하면 예산으로 시설투자나 희귀표본 등 구입은 거의 생각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여기에 과학관 전시물관리 및 교육을 지도할 수 있는 전문가는 전체 직원 34명중 단 한명뿐.
이 때문에 교육의 대부분도 초·중·고생들의 과학관련 경연대회나 외부초빙 인사를 통한 강연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과학관측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전국의 과학관련 표본수집가·사회단체의 협력을 얻어 민간중심의 「과학관 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었으나 상급부처인 과학처의 「말썽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관장은 『과학선진국의 경우 분야별로 수백∼수천개 박물관과 과학관이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과학관에 대한 정부·국민의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최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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