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불라 유엔사무소로 피신/카불시내 소재/전 비밀경찰 책임자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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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심선 네차례나 로킷포 폭발
【카불·파리 AFP·AP 로이터=연합】 지난 5년여동안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해온 나지불라 대통령(44)이 사임했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수도 카불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16일 도심에서는 커다란 폭발음이 네차례나 들렸으며 비밀경찰 총수를 지낸 장성이 자살했다.
유엔소식통과 현지 외교관들은 축출된 나지불라 대통령이 카불시내 한 유엔기구사무실에 피신해 있다고 확인했다.
소식통은 나지불라 대통령이 카불을 탈출하려다 공항에서 되돌아와 유엔특사 베논 세반의 사무실로 갔다고 전했다.
한 유엔관리는 『우리는 그와 계속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정부의 한 고위 소식통은 유엔이 나지불라의 신변문제로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유엔이 앞서 나지불라로부터 유엔평화의 조기 진척을 위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에 유엔으로서는 그의 안전에 책임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믿을만한 군사소식통들도 나지불라가 카불을 탈출하려 했으나 이같은 시도가 정부군 장교들에 의해 무산됐다면서 일단의 장성들과 회교반군 지도자가 권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평의회의 집권과 관련,나지불라 정권하에서 내무부장관을 지냈으며 비밀경찰 카드(KHAD)의 총수였던 굴람 파루크 야쿠비장군이 15일 밤 자신의 집무실에서 권총자살을 했다고 한 소식통이 밝혔다.
야쿠비는 회교반군과의 연정에 동조한 일부 군장성들이 구성한 군사평의회를 반대한 몇 안되는 강경파 장성중의 한사람이었다.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은 16일 나지불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국외로 탈출하려다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나지불라 대통령이 수도 카불을 탈출하는데 실패한후 군장성들이 권력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카불시내 중심가에는 16일 로킷포에 의한 강력한 폭발이 네차례나 있었으나 자세한 상황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회교반군 지도자들은 나지불라 대통령의 사임설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나지불라를 「카불의 도살자」라고 혹평했다.
한편 아프간의 급진 회교저항군 조직인 「헤즈브이 이슬라미」는 이날 아프간군부의 권력장악 기도에 이란이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일지
▲1978년 4월27일=아프가니스탄 인민민주당(PDPA),유혈 쿠데타통해 정권장악. 소는 아프가니스탄에 수백명의 군사자문단 파견.
▲1979년 12월24일=소,회교원리주의자들의 공세에 맞서 카불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군병력과 무기공수 시작. 3일후 바브라크 카르말을 대통령에 임명.
▲1986년 5월=카르말 후임으로 나지불라가 대통령에 취임. 반군과 정부군 전투 고조.
▲1988년 4월15일=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주둔 소련군철수에 관한 협정체결.
▲1989년 2월15일=11만5천명 규모로 추정되는 소련군 철수 완료.
▲1991년 5월=케야르 유엔 사무총장,아프가니스탄 평화안 발표.
▲1992년 3월18일=나지불라,유엔평화안에 따라 구성된 잠정정부에 권력이양 제의. 반군은 이를 일축하고 공세 계속 선언.
▲1992년 4월10일=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모든 정파들이 「15인 평의회」 구성에 합의했다고 발표.
▲1992년 4월15일=회교 반군연합세력,카불에서 35마일 떨어진 최대군기지와 구소련으로부터의 주요 보급로 장악 주장.
▲1992년 4월16일=불 외무부,나지불라 사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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