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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평수 넓히기, 인기 지역 급매물을 찾아라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지금은 ‘부동산 불황기’다.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뒷짐지고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까? 그렇진 않다. 돈은 우리 몸을 도는 피와 같아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투자할 곳은 불황기에도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평수 넓히기, 경매, 전세잡기, 재개발 같은 부동산 불황기에 돋보이는 4대 투자 전략을 이코노미스트가 집중 분석했다.


집을 한 채 갖고 있지만 더 넓은 평형이나 유망 지역으로 ‘갈아타기’ 하려는 실수요자라면 요즘 같은 시장 침체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집값 안정기에는 소형과 중·대형,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 아파트의 가격 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집값이 떨어지면 언젠가는 다시 오르게 마련인데 가격이 쌀 때 과감하게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것도 재테크 방법”이라고 말했다.

시장 침체기는 갈아타기 좋은 때

갈아타기의 기본은 소형에서 대형으로, 비인기 지역에서 인기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소형과 대형, 비인기 지역과 인기 지역 간 주택 가격 차별화도 점점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중·대형 평형에 대한 선호도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또 부동산 시장이 활황기에 접어들면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 간 가격 차가 더 커지게 마련이다. 때마침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신도시와 주변 지역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많이 오르면서 서울 강남권과의 가격 차이가 많이 줄어들어 옮겨 타기 좋은 시점인 것 같다.

갈아타기를 시도하기 전에 우선 자신이 보유한 아파트가 수익성이 있는지,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 인기 지역 소형 평형대라면 외곽 지역 중·대형으로 옮겼을 경우와 대출을 받아 그 지역 내에서 옮길 경우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검토·비교한 뒤 갈아탈 지역과 단지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저평가된 지역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수도권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대부분 지역에서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앞으로 개발 가능성이 큰 곳인데도 저평가된 단지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살던 집은 비싸게 팔고, 살 집은 싸게 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욕심만 챙기려 한다면 갈아타기에 실패할 수도 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매수자가 관망세를 보이는 요즘 같은 때 꼭 갈아타기를 해야 하는 수요자라면 살던 집을 과감하게 던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집이 안 팔려 갈아타기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는 적당한 값에 기존 집을 팔고, 살 집을 싸게 매입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집을 팔고 사는 것은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게 좋다. 갈아타기 위해 집을 팔았다면 최대한 빨리 살 집을 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40대 중반의 회사원 김모씨는 2006년 7월 초 송파구 문정동에서 더 넓은 평형의 아파트로 옮기기 위해 살던 32평형을 7억원에 팔았다. 하지만 살 집을 바로 구하지는 않았다. 본격적인 여름 비수기가 되면 집값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매입 시기를 늦춘 것이다.

그러나 집값은 김씨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그해 8월 이후 강남권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시세보다 값을 조금 더 얹어줄 테니 계약을 하자”고 하면 집 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기 일쑤였다. 다급해진 김씨는 자신의 집을 팔 당시 매입 가능했던 가격보다 1억원을 더 보태 40평형대 아파트를 사야 했다.

김씨와는 반대로 ‘선(先) 매수, 후(後) 매도’로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많다. 가격 상승기에는 집을 산 뒤 보유 주택을 팔면 더 많은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가격 조정기나 시장 침체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실제로 집을 덜컥 샀다가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낭패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27평형 아파트에 사는 이모(41)씨는 2006년 11월 인근 40평형 아파트를 대출로 구입했다. 양쪽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큰 평형으로 갈아탈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대출 이자 부담도 만만찮다. 매월 140만원에 달하는 이자 부담을 줄일 요량으로 새로 산 집을 일단 월세로 내놓았지만 전세 시장마저 잠잠해 세입자 구하기도 쉽지 않다.

갈아타기 할 때에는 내재가치가 높고 가격 상승의 여지가 충분한 곳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조정기에도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 상품이 블루칩 부동산이다. 대단지이면서도 학군·교통 등이 편리한 아파트를 꼽을 수 있다.

가압류없는지 꼼꼼히 확인 필요

갈아타기를 결심했다면 자금 계획도 잘 짜야 한다. 갈아타기를 하려는 집값은 현재 살고 있는 집값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아파트는 주택담보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이중 규제를 받기 때문에 은행 대출 가능 금액을 파악한 뒤 매입 계약서를 써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출받을 경우 연이자가 소득의 33%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또 1주택자라도 매매가가 6억원이 넘으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살던 집을 원하는 값에 팔았더라도 시세 차익이 모두 자기 몫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급매물로 눈길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급매물을 사면 나중에 값이 떨어지더라도 손해를 덜 보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현 시세보다 훨씬 싼 급매물도 잡을 수 있다. 해외로 이민을 가거나 급전이 필요해 서둘러 처분하려는 매물들이 이런 부류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모두가 움츠렸을 때 먼저 뛰는 것이야말로 더 높이 뛸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가격 하락기에 급매물을 잡는 것은 향후 급등기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급매물을 잡기 위해선 우선 원하는 지역의 가격 동향을 수시로 점검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세 흐름에 둔감하면 급매물인지 여부조차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급매물을 고르더라도 입지 여건과 장기적인 상승 여력 등은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가능하면 실거주 수요가 많은 아파트를 잡는 것이 좋다. 추후 환금성 면에서도 유리하고 상대적으로 나오는 매물도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값싼 급매물이 곳곳에 널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급매물을 찾아내고 얼마나 발 빠르게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다. 대기 수요가 많은 인기 지역 아파트일수록 더하다. 이 때문에 원하는 지역이나 단지 대상을 한두 곳으로 한정하기보다 여러 곳으로 넓히는 것이 좋다. 붕어 낚시하듯 한 곳에 머물지 말고 곳곳에 그물을 쳐놓는 방식이 좋다는 얘기다.

평소 눈여겨봐둔 지역의 부동산중개업소와 친분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우량 급매물 등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은 중개업소 공동 거래망에 올리기보다 단골 고객에게만 정보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개업소에서 급매물이라고 소개해도 덥석 잡으면 곤란하다. 일단 가격이 얼마나 싼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시장 침체기에는 주변 시세보다 10~15% 정도 싸야 매입을 고려할 만한 급매물에 속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급매물은 함정도 많다. 가등기나 가압류 등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급매물은 비인기지역이나 ‘나홀로 아파트’가 많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갈아타기를 하려면 9월 전에 중·대형 평형에 적극 청약하는 게 좋다. 9월부터는 나이가 많고, 무주택 기간이 길며, 자녀 수 등이 많은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청약가점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조철현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choc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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