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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권총 자세'는 영화 흉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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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승희가 16일 NBC방송에 보낸 43장의 사진 중 한 장(左). 그가 권총 두 자루를 든 양손을 어깨 위로 쫙 핀 모양이 존 우 감독의 1997년 작 ‘페이스 오프’에 나오는 니컬러스 케이지의 모습(右)과 흡사하다.

버지니아공대(버지니아텍)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가 특정 영화를 모방했는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16일 오전 두 번째 총기 난사 전에 그가 NBC 방송에 보낸 동영상과 사진에서 특정 영화를 연상케 하는 포즈가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19일 이미 유사한 점이 있다고 지적됐던 '올드보이'나 '택시 드라이버'뿐 아니라 '첩혈쌍웅' '페이스 오프(Face Off)' '매트릭스 2-리로디드(The Matrix:Reloaded)'를 비롯한 여러 영화에 등장한 장면과 닮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와 영국 더 타임스 등이 20일 보도했다.

조승희가 양손에 총을 들고 있는 장면은 '페이스 오프'를 비롯해 감독 우위썬(미국명 존 우)이 감독한 여러 홍콩 누아르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페이스 오프에서는 니컬러스 케이지와 존 트레볼타가 근거리에서 쌍권총 세례를 주고받는다.

'첩혈쌍웅'에서 저우룬파(周潤發)가 쌍권총을 근거리에서 마구 쏘는 슬로 모션은 과거 15~20년 동안 폭력 액션 영화를 봐 온 조승희와 같은 나이 또래에겐 매우 익숙한 장면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첩혈쌍웅'의 경우 살인청부 업자인 주인공이 영웅으로 묘사되고, 희생을 통한 구원이라는 종교적 코드가 다중살인과 버무려진다는 점에서 이번 살인과 매우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더 타임스는 조승희가 총 두 자루를 치켜든 사진이 워쇼스키 형제의 2003년 작 영화 '매트릭스 2-리로디드'를 홍보하는 데 사용된 배우 로렌스 피시번의 광고용 사진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카메라를 노려보면서 총을 겨냥하는 사진은 1995년 작인 프랑스 영화 '증오'의 포스터와 닮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99년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때도 범인들이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배스킷볼 다이어리' '헤더스(Heathers)'를 모방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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