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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암살 장택상씨도 암시”/노덕술·최운하 등 경찰간부들 개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미 정보국 관련없다” 번복/안두희씨 회견
백범 김구선생의 암살배후에 이미 밝혀진 김창룡 당시 육군정보국 방첩대장외에 군 또는 정치고위층이 직접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암살범 안두희씨가 14일 초대 수도경찰청장을 지낸 장택상씨 등 경찰고위간부 3명도 백범의 암살을 강력하게 암시한 바 있다고 말해 당시 군과 경찰이 모두 백범암살을 사주한 혐의가 짙어지고 있다.
백범암살범 안두희씨는 14일 오후 TV회견을 통해 『당시 백범을 암살하라는 직접적인 지시를 받지는 않았으나 수도경찰청장을 지낸 장택상씨와 친일 경찰관으로 수도경찰청 수사과장이던 노덕술씨,정보과장 최운하씨 등으로부터도 백범을 암살해야 된다는 강력한 암시를 받고 공감해 범행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백범 암살배후는 당시의 군·경찰간부 4명으로 늘어났다. 안씨는 그러나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은 백범암살과 관련된 바 없다』고 말해 12일 권중희씨와 녹음내용에서 『미 CIA 관련자가 암살에 개입했었다』고 말한 내용을 번복했다. 한편 강창성 전 보안사령관(민주당 전국구 당선자)은 14일 『71년 보안사령관 취임후 특무대의 안두희씨 조사서류를 검토한 결과 당시 이 사건을 축소조작하 서 배후를 은폐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면서 김창룡은 배후라기보다는 하수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안이 지목한 암살배후 3인/한민당위원장 활약… 철저한 반공주의자 장택상/고문경찰의 대명사… 27년간 고등계 근무 노덕술
◇장택상=백범 김구선생 암살사건의 범인 안두희씨가 배후인물의 한명으로 지목한 장택상씨는 1893년 경북 칠곡에서 당시 경상관찰자 장승원의 아들로 태어나 15세때인 1908년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가 16세때부터 영국의 에딘버러대학에서 공부했다.
1919년 3·1운동후 10여년만에 귀국한 장씨는 조선총독부·조선시 편수회 등의 간부들이 만든 청구회등에 참가하는등 활동하다 해방후 몽양 여운형이 주도하는 건국준비위원회에 가담할 것을 권유받았으나 이를 거절 인촌 김성수 등과 함께 국민대회준비회에 참가해 외교부장을 맡았다.
미군정이 선포된 뒤 장씨는 다시 경찰부장직을 맡아 남한단독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치안업무를 전담하는 한편 한민당위원장으로서도 활동했다.
48년 3월 장덕수 암살사건을 수사하던 장씨는 암살사건 배후에 백범 또는 그의 지지세력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백범선생이 숙소로 사용하던 경교장을 수색하는 한편 백범에 대해서도 소환장을 발부하는등 철저한 반공주의자로서 백범선생의 중도노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1969년 사망.
◇노덕술=또다른 배후인물로 안두희씨가 지목한 전 수도경찰청 수사과정 노덕술은 친일경찰·고문경찰의 대명사로 알려질만큼 악명을 떨쳤던 고등계 형사. 경남 울산 출생으로 울산보통학교를 2년 중퇴한후 22년 경남순사교습소를 지원,경남경찰부(현 도경) 보안과에서 순사생활을 시작한다.
이어 순사부장,김해·통영·개성·종로 등 각서 사법주임을 역임한 뒤 34년 평남경찰부 보안과장으로 승진,해방직전까지 근무하다 45년말 월남해 수도경찰청 수사과장이 되기까지 초고속 승진,27년간 고등계사무에 속하는 사상관련 사건을 취급한 공로로 일본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으며 46년 4월 송진우 암살범을 검거함으로써 경찰수뇌부의 인정을 받았다. 49년 1월 반민특위 활동이 본격화되자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윤치영 내무·장택상 외무부장관 집에 드나들며 교분을 유지했으며 시민의 제보로 같은달 24일 반민특위 특경대에 체포돼 독립운동가에 대한 살해·고문 등의 친일행각이 드러나게 된다.
◇최운하=일제때 총독부 경무과·종로경찰서 등에서 줄곧 고등계 경찰관으로 있으면서 독립운동가를 탄압해온 인물. 최는 해방후 서울 용산·서대문경찰서장,수도경찰청 사찰과장(현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과장)을 거쳐 서울시경 부국장까지 지냈다.
49년 6월4일 사찰과장때 반민특위 사무실앞 군중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반민특위에 구속됐으며 이때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경찰이 반민특위를 습격,반민특위 와해를 가속화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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