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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방송간섭에 “표현의 자유”반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MBC “『분노의…』 저격장면은 극설정상 필요”/양국간의 감정고려… 앞으로 드라마제작에 참조
일본정부가 9일 MBC­TV드라마 『분노의 왕국』에서 일왕저격 기도장면을 방송한데 대해 외교경로를 통해 정식으로 항의하고 나서자 MBC드라마 제작진등 방송계에서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본측은 관방장관의 항의에 이어 주한 일본공사를 MBC에 보내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MBC측은 이에 대해 『이같은 장면이 방송될 경우 한·일 양국민간의 미묘한 감정상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이 문제는 창작의 자유차원에서 생각돼야 한다』고 밝혔다.
MBC관계자는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가 천황제를 고수하며 경제·정치적으로 세계대국이 돼가는 일본에 비해 왕조를 잃고 전란등으로 위축돼가는 우리의 현실을 되새겨본 것이라고 말한다.
조선왕조 5백년이 순종을 마지막으로 몰락하고 이것이 일본과 관련된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순종이 적자를 갖고 있다는 가설이 이 드라마에는 설정되어 있다.
때문에 왕조의 몰락으로 처절한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순종의 손자로 나오는 주인공의 대일감정을 극명하게 표출하는 수단의 하나로 저격기도장면이 설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드라마 제작에서 창작기법의 하나인 몽타주기법을 써서 극중 주인공(변영훈분)이 즉위식의 자동차행렬을 향해 총을 쏘는 장면을 자료화면과 새로 제작된 화면을 섞어 넣었다.
이 행렬은 누가 봐도 일왕의 즉위식 축하행렬이지만 구체적으로 누구를 저격하려 했는지를 묘사하지 않았으며 자료화면중 일왕부처의 얼굴장면은 모두 삭제함으로써 극 전개상 쓸데없는 오해의 소지를 줄이려 했다는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방송계에서도 허구를 생명으로 하는 드라마구성상 꼭 필요한 부분이라면 이 장면이 문제가 될 것이 없으며 일본측의 반응은 신경과민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MBC측은 『드라마소재상 문제가 될 수 없고 잘못된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며 『그러나 양국간의 입장을 감안,앞으로 드라마 제작에 참조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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