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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EC 수출이 무너진다/가격·품질 경쟁력 떨어져/2월말 현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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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작년 동기비 14% 감소/가전 47·섬유류 24%나 줄어
독일통일과 동구개방 등 유럽 특수에 힘입어 약진을 거듭해온 대EC(유럽공동체) 수출이 올들어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수요수준이 비교적 높고 균질한 유럽시장에서 그동안 품질경쟁력을 높이지 못하고 오히려 경쟁국들의 중저가시장 공략에 가격경쟁마저 떨어진 우리상품이 설 자리를 잃어가기 때문이다.
무역협회의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2월말 현재 대EC 수출은 16억4천3백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2%가 줄어들어 유일한 수출감소 지역으로 바뀌었다.
시장상황이 좋지않다는 대미(5.2% 증가)·대일(0.2% 증가) 수출과 비교해도 EC 시장의 수출감소는 눈에 띄게 드러난다.
경쟁국인 일본의 대EC 수출이 2월말 현재 5백91억5천8백만달러로 10.5%가 늘어났고,대만은 20억8천1백만달러로 1.8%의 증가세를 보여 상대적으로 한국의 대EC 수출은 크게 줄어들었다.
유럽시장에 대한 수출의 이같이 부진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유럽특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멸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동구가 외화부족으로 수입을 줄이고 있고 독일도 통일비용을 위해 세금을 올리는 바람에 소비자 수요가 뚜렷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 2년동안 수출증가의 기둥노릇을 한,EC를 통한 동구 우회수출이 올들어 벽에 부닥치면서 수출감소를 부채질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가들에 불어닥친 총선도 우리의 수출을 주춤거리게 하고있다.
무역진흥공사 이광기 정보조사 본부장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유럽의 경우 선거가 소비증가보다는 경제정책 변경을 우려한 소비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가들이 일제히 총선에 들어간 것도 상대적으로 수출의 발목을 잡고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급시장이면서도 수요가 비교적 균질한 유럽시장에서 그동안 중저가 위주의 수출에 안주해 브랜드화와 품질고급화를 이루지 못한데다 올해 마르크화 등 유럽통화의 상대적 약세도 우리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무역협회 신원식 조사부장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유럽수출이 두자리수 증가를 기록한 것도 결국 우리의 주종인 중저가 시장이 거꾸로 이들에게 잠식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추세라면 미국에 이어 유럽시장도 이들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품목별로는 2월말 현재 가전제품이 1억2천5백만달러로 지난해보다 46.8%나 줄어들었고 섬유류도 2억2천5백만달러로 24.0%가 줄어들어 우리의 수출주종 품목이 가장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지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상대적으로 수출이 줄어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업계 스스로 큰폭의 수출감소에 당황하고 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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