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국민참여제도 도입 시급"-최근 법조비리·군사재판관련 소장 법학자들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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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군 부재자투표과정의 문제점을 폭로했던 이지문 중위에 대한 군사재판과정이 새로이 사회문제 화되고, 변호사들의 모임인 대한변협이 법조계의 비리시정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비민주적 법 운영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법학연구자들의 법 현실비판이 발표돼 주목된다.
소장법학연구자들의 모임인 민주주의법학연구회(회장 곽노현·방송대학교수)에서 펴낸 무크『민주법학』제5호는 최근의 두 사례에 대한 법학적 차원의 비판을 담고 있다. 연구회내의소모임인 공법분과는 법치주의원리와 현실을 다룬 기획시리즈 첫 번째로 군대에서의 법 운영문제를 비판하는 공동연구결과를 발표했으며, 박홍규 교수(영남대)는 사법민주화를 위해 국민들의 재판참여제도 실시를 주장하는 글을 기고했다.
공법분과연구논문은 우선『군에서 법치주의는 모든 성인 남자는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하는 국민개병제도이기에 국민 기본권보장차원에서 중요하다』고 전제한다. 논문은 이어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법치주의가 잘 지켜지지 않는 군내의 관행을 비판하고 있다.
첫째는 명령복종관행이다. 군대는 계급이 지배하기에 상관의 명령에는 무조건 복종해야하며 불복할 경우 군 형법상 항명죄로 처벌되고 있는데, 이러한 관행이 기본권 침해의 출발이라는 지적이다. 왜냐하면 헌법에 의해 국군통수권을 부여받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군을 통수하며, 상관의 명령도 법률이 부여한 권한이기에 군인은 명령복종에 앞서 법령준수의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군인의 정치행위 금지의무 등이 본래목적과 달리 개개인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부의 허가를 받은 합법적 출판물이 군내에서 금서로 취급되거나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할 사항마저 군 기밀보호라는 명분 하에 베일에 가려지는 것이다.
셋째는 군내의 기본권보장장치인 군사재판의 문제다. 군사재판의 관할관제·심판관제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군사법원은 군법무관 1명과 일반장교인 심판관 2명으로 구성되며 지휘관인 관할관은 재판관지정, 군 검찰사무통괄, 형에 대한 실질적 변경 권까지 가지고 있다. 이는 지휘관에게 독단적인 사법권을 부여한 것으로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한편 박 교수는 기고에서 법조계의 권위주의적 관행을『거의 완벽할 정도로 민주화와 국제화에 벽을 쌓고 있는 성역』이라고 지적하고 외국의 사례와 비교, 비판한다.
첫째로 지적되는 것은 법조인력의 절대부족이다. 국민들이 법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현실이 법조계를 권위주의적으로 만드는 원인인데 우리 나라의 변호사수는 독일이나 프랑스의 20분의1, 미국의 50분의1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대안으로 국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제나 참심제의 도입을 제안한다. 세계 어느 나라나 사법민주주의의 기본으로 국민들의 참여를 제도화하고 있는데 대표적 방식이 영·미 형-배심제도와 독·불형 참심제다. 배심제는 추첨된 시민의 대표가 유죄여부를 판정하면 법관은 법에 규정된 형을 선고하는 것이며 참심제는 아예 시민이 직업재판관과 함께 재판을 담당하는 제도다.
박 교수는 범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참여제도를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참여제도는 법의 생활화를 위해 가장 좋은 제도며 대통령직선제보다 훨씬 중요한 법치민주주의의 요체라는 것이다.<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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