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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기술협력 수위조절/양국관계 강화위해 일왕 중국방문 요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종군위안부등 보상문제는 거론 안할듯/강택민 일본에 왜 갔나
6일부터 시작된 장쩌민(강택민)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4박5일간 방일은 83년 고 후야오방(호요방)이래 9년만이며 정부수뇌급의 일본방문으로선 89년 리펑(이붕) 총리이후 처음이다.
강총서기의 이번 방일은 중­일 국교정상화 20주년을 맞아 양국관계를 보다 돈독히 하고 중국경제개혁에 필요한 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총서기의 방일일정은 아키히토(명인) 일왕면접,일본 여야대표와 회담,중­일 국교정상화를 실현한 다나카 가쿠에이(전중각영) 전 총리 방문,역대총리와의 조찬 등 중국공산당 대표로서 일본의 정당관계자와 관계증진을 꾀하는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 방일중 후반일정은 지방시찰로 기업·농업시험장 시찰 등으로 돼있다.
강총서기의 방일중 중국이 일본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키히토 일왕의 중국방문이다. 얼핏 이해가 안가는 얘기지만,현재 중국은 일왕의 방문을 요구하고 일본은 주저하고 있다. 한일관계와는 반대양상이다.
중국과 일본은 지난 72년 국교를 맺은뒤 지금까지 국가원수급의 왕래가 없었다.
중국은 중­일 국교수립 20주년을 맞아 중­일관계를 89년 천안문사태 이전으로 회복시키고 국가원수급의 왕래로 양국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려는 의도에서 일왕의 중국방문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따. 이와 함께 개혁을 가속화하기 위해 절대 필요한 일본의 기술과 자금을 끌어들이길 원하고 있다.
중국은 양국원수가 교환방문하되 일왕이 먼저 중국을 방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불분명하다. 양주석은 이붕 총리와 함께 천안문사태 강경진압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양과 일왕의 상호방문은 미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주저하고 있다. 따라서 양주석 대신 강총서기로 대체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본이 현재 영유하고 있는 센카쿠(첨각)열도(중국명 조어대)에 대해 최근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일왕의 중국방문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 자민당내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이 강하다.
그러나 이에 불구하고 일왕이 한국과 미국에 앞서 중국을 방문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양국간에 내부적 합의가 이뤄져 있기 때문에 방문시기만은 명확히 하지 않은채 「곧」 방문한다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센카쿠열도 영유권문제는 중국이 과거 중­일 국교정상화때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등소평)이 『일단 논외로 치자』고 한점을 존중,이번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제2차대전중 중국인이 본 피해와 중국인 종군위안부에 대한 민간피해보상요구도 양국관계 개선차원에서 이번 방문에서 강총서기가 들고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거액의 재정적자,국영기업경영악화등 개혁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하지 위해 중국측이 일본정부에 자금협력·기술이전·투자확대 등을 요구할 것은 틀림없을 것 같다. 일본도 이같은 요구에 「적당한 선」에서 응한다는 방침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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