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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서울우유' 이종석 상임이사 "아이 러브 유" 7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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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삼각 비닐팩에 든 커피우유나 어린이 우유 '앙팡'. 유업계에선 스테디 셀러로 꼽히는 이 제품들은 서울우유협동조합에서 만들었다. 서울우유는 1970년대 초, 매일 아침 두꺼운 유리병에 담겨 집 앞에 배달되면서 우유의 대명사로 통했다. 앙팡이나 커피우유 같은 스테디 셀러를 내놓고,국내 우유시장 38%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만드는 기업 '서울우유협동조합'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회사는 그만큼 조용한 회사다.

서울우유는 70년 동안 조용히 유제품을 만들어 왔다. 1937년 서울 지역 낙농인 21명이 모여 만든 '경성우유동업조합'이 효시다. 70년 동안 한 해도 유업계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기업이지만, 이를 내세우지도 않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지도 않았다. "모두 협동조합이라는 기업특성 때문"이라고 이종석 상임이사(CEO.사진)는 설명한다. 낙농인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인 만큼, 가장 큰 목표는 낙농인들의 풍요한 삶이다. 이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우유를 만들고, 이 우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판로를 찾으면 그것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 굳이 더 많은 이익을 찾아 사업 다각화나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이유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80년대 중반, 우유업계가 분유 판매에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분유 판촉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아예 분유사업에서 철수했다. 그렇게 많은 돈을 써가면서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서울우유의 실적 역시 특이하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매출 1조 772억원을 올리고도 순이익은 고작 29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뿐이 아니다. 2000년 이후 매출은 매년 5% 정도씩 성장했지만 순이익은 약속한 듯이 5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영업이익이 생기면 대부분 낙농가의 시설 개선 등에 재투자한다. 지난해에도 시설 투자에만 400억원을 썼다. 이 상임이사는 "협동조합이라 다소 공격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 이익이 특정인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 목장 환경이나 원유의 품질을 높이는 데 쓰고 있어서 품질만은 최고"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우유는 품질개선과 관리에는 늘 앞서서 행동한다. 84년 국내 최초로 냉장유통시스템(콜드체인)을 도입하고, 2005년부터 젖소마다 담당 주치의인 '밀크 마스터'를 두고 있다. 1등급 A원유(우유 1㎖ 당 세균 수 3만 마리 미만)만 흰 우유에 쓰기 시작한 것(2005년)도 서울우유가 처음이었다.

협동조합이라 원유 공급이나 판로도 안정적으로 구축돼 있다. 국내 낙농인(9000명)의 28%에 달하는 2500명 조합원들은 매일 2000톤의 우유를 생산한다. 이 우유들을 시중에서 팔기도 하지만 매일 4900여개의 학교에 120만개의 우유를 공급하는 등 총생산량의 4분의 1을 학교급식.군납 등으로 처리한다. 김종열 홍보실장은 "오직 우유를 팔기 위한 회사라서 우유 값에 적정 이윤 이상은 붙이지 않기 때문에 단체 급식 등에 좋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서울우유도 지난해부터 부산하게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장점에 사기업의 공격적인 경영 방식을 합쳐 우량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다. 조합원의 대표인 조합장이 경영을 전담하던 시스템을 바꿔 지난해 9월 영업.판매를 총괄하는 이종석 상임이사를 선임했다. 전문경영인인이종석 이사가 오자마자 한 일은 다음 70년을 위한 비전을 세우는 것이었다. 직원 33명과 함께 '밀크 비전팀'을 만들어 3개월 동안 7차례나 합숙 워크숍을 해 가며 중장기 과제를 세웠다. 10년 안에 우유 시장 점유율을 38%에서 50%로 올리고, 음료.냉장택배 등 신성장 동력이 될 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이런 계획들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10년 뒤엔 3조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이를 위해 서울우유는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첫 작품으로 다음달엔 '우유쌀'을 내놓는다. 쌀에 함유된 수분을 없애고 대신 우유 성분을 집어넣은 제품이다. 스타벅스의 병커피 한국 판권을 가진 동서식품과 손잡고 스타벅스 컵커피도 조만간 출시한다.

그러나 저출산 현상으로 주요 고객인 어린이 수가 줄고 있는 것은 큰 고민이다. 이 상임이사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유 소비를 촉진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1인당 연간 우유 소비량이 35㎏인데 이를 낙농 선진국(130~145㎏)의 절반 수준으로만 끌어올려도 좋겠다고 했다. 이 상임이사는 "올 초부터 우유 소비 촉진 캠페인 '아이 러브 유(乳)'를 펼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글=임미진 기자<mijin@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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