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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서비스업「직업」인식 뿌리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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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6면

가정 관리사 등 집안 일을 돕는 가사 서비스업이 국내에 보급된 지 4반세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직업」이라는 인식이 부족해 사용자·종사자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사 서비스업 종사자에 대한 재교육제도 도입과 함께 이들을 직업인으로 인정하는 범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이 시급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핵가족으로 인한 일손부족·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 계속하려는 커리어우먼들의 증가로 가사조력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등장한 가사서비스업은 66년 서울YWCA가 파출부를 배출한 이래 날로 확대되며 세분화·전문화되는 등 발전을 거듭해왔다. 최근에는 노동부도 근로여성을 대상으로 시간제 근로직종 취업을 위한 교육에 나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개발돼 있는 관련직종만도 가정관리사(파출부)·간병인(환자 돕는 이·산모조리인· 출장요리사·집 보는 할머니·가정미화부)등 여섯 가지.
이중 집 보는 할머니와 가정미화부는 최근에 개발된 것으로, 집 보는 할머니는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집을 지켜주며 학교 갔다 오는 아이들을 맡아 돌보아주는 일을 한다. 가정미화부는 이사갈 집을 청소한다든지, 유리창 닦기 등 집안 대청소를 도맡는 일을 한다.
그러나 이들의 일터가 대부분 가정인데다 하는 일도 집안 일인데 따른 경시풍조 때문에 직업의식이 사용자·종사자 모두에게 희박한 것이 고질적인 병폐가 돼왔다.
여성단체의 경우 직종에 따라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1년 과정으로 교육을 시켜 훈련된 인력으로 배출하고 있으나, 일부 용역업체 등에서는 소정교육 없이 곧바로 현장에 사람을 내보내고 있어 처음부터 말썽의 소지를 안고 있다.
가사 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사용자들의 가장 큰불만은▲시간 관념이 없고▲약정된 임금 이외의 웃돈을 요구한다는 것.
한편 가사서비스 종사자들은 사용자가 음식을 차별하는 등 사람대접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가장 큰불만을 갖고 있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가정관리 사가 예고 없이 그만 두거나 늦게 와서 출근에 지장을 겪기도 하고, 일하러 간 집에 쌀이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가정관리사도 있을 정도다.
서울YWCA 근로여성회관 김준희 관장은『이 모든 문제는 가사 서비스업이 직업이라는 인식이 사람들 의식 속에 뿌리내리지 못한 탓』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일차적으로 종사자에 대한 사전교육·재교육 과정을 마련해 직업의식을 확고치 길러주는 한편「내가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가」를 깨닫게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정환희 간사도 직업의식에 초점을 맞춘 재교육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함께 하고『이제는 사용자·종사자 모두「나만 좋고 편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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