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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중앙일보 선정 '11월 베스트 네티즌 논객' 신상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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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내강(外柔內剛)-. 사람 뿐 아니라 글에 대해서도 이런 표현을 쓸 수 있다면, 중앙일보가 선정한 11월의 ‘베스트 네티즌 논객’ 신상철(45·gauri, 필명 가우리) 씨의 글이 바로 그렇다.

지난달 인터넷 중앙일보의 디지털 국회에 등록된 1천4백여건의 글 중에 신씨가 올린 것은 단 2건. ‘최대표님, 단식 이렇게 마무리하시면 어떨까요’‘추미애 의원님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으로 쓴 편지글들이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예우 속에 비판의 칼날이 느껴지는 그의 글들은 네티즌들로부터 “(이)멋진 글을 프린트해 걸어놓고 싶다”“간만에 준수한 논객을 본다”“명문이다”는 등의 찬사를 받으며 ‘금배지’를 달았다.

현재 ‘아시아 그래프’라는 인터넷 실버 정보사의 대표인 신씨는 한국해양대학 졸업 후 항해사로 해외를 다니던 1980년대 초반에 컴퓨터를 처음 접했다는 컴퓨터 1세대다. 독학을 통해 아예 프로그래머로 직업을 바꾼 뒤 대학에서 전산 강의도 하고 전자상거래 구축 회사인 ‘㈜서버테크’의 영업이사로 근무하다가 몇 개월 전에 독립했다고 한다.

사무실은 서울에 있지만 중학교 교사인 부인 등 가족은 경남 김해 장유 신도시에 살고 있는데다 지방출장도 다니느라 바쁜 신씨를 지난 10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컴퓨터 관련된 일을 계속 해왔지만 인터넷에 글을 직접 써본 적은 많지 않아요. 바쁘기도 하고 원래 중앙일보 독자라 뉴스 사이트도 인터넷 중앙일보만 주로 보죠. 디지털 국회가 만들어진 것을 보고 참신하게 느껴져서 지켜보다가 지난 11월 중순에야 처음 글을 두 건 올린 건데, ‘금배지’까지 주더군요.”

신씨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왠지 그의 글처럼 ‘외유내강’이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털어놓는 개인사는 다소 의외였다.

“사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9호가 발령돼 있던 고 2 때 조금 정치적으로 민감한 글을 썼다가 부산 영도경찰서에 끌려가 이틀 동안 조사를 받은 적이 있어요. 그 후론 그런 글들을 안 썼죠. 그때 놀라신 부모님이 문과도 가지 못하게 하셔서 이과를 선택한 거나 다름없어요. 그렇게 제 생각을 표출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대선 때 인터넷에서 많은 글들을 보고, 또 저도 한두번 글을 올리면서 처음으로 카타르시스를 느꼈죠.”

최근 정치상황이 혼란스러워지자 마음에 다시 울분이 쌓였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인터넷 중앙일보의 디지털 국회가 그 분출구 역할을 해준 것이다.

두 편 모두 토요일 저녁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새 썼다는 신씨의 글들은 A4 용지로 각각 13쪽·6쪽에 이르는 장문이다.

그는 “정책을 놓고 피 터지게 싸울 땐 싸워도 안정과 번영을 도모하고 국익 앞에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상생(相生)의 정치를 꼭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 글들을 썼다”고 말했다. 추 의원과 최 대표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는 내용이지만 존대말을 깍듯이 써가며 차분히 주장을 펴고 있다. “누군가를 지지한다고 해서 편파적·맹목적 성향을 보일 것이 아니라 네티즌들도 비판·비난을 하는 대상에 대해 예의는 갖춰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는 최병렬 대표에 대해 “대선때 노무현후보가 패배를 승리로 전환시킨 원동력은 ‘진솔 게임’이었다”며 단식 대신 ‘진솔 게임’을 권했다.그는 최대표가 단식 종료후 실제로 선언했던 당내 개혁 선언을 미리 권고했다.

‘최 대표님, 단식 이렇게 마무리하면 어떨까요’글보기

위트도 넘쳐서, ‘최대표님…’에 추신으로 쓴 “2주전 자전거 탄 풍경 라이브공연 보러 애들 데리고 대구까지 간 적이 있었답니다.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니 참 좋더라구요. ~자전거 탄 풍경의 ‘나에게 넌, 너에게 난’~ 마음으로 전해 드립니다~♪”라는 부분은 애교스럽기까지 하다.

신씨는 노무현 대통령을 일단 긍정 평가했다. 그는 “1년이 다 되도록 (노 대통령이) 해놓은 것이 도대체 뭐냐고 혹독한 비판을 해도 별로 할 말이 없을 만큼 실망스러운 점도 있지만 이렇게 대선자금 등의 문제가 까발려지는 상황이 뭔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다음 번에는 이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신씨는 “인터넷 중앙일보의 디지털 국회가 단순한 ‘비판의 장’ 기능을 넘어서 정책적 대안까지도 수렴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자리를 떴다.

한편, 인터넷 중앙일보는 욕설로 도배되곤 하는 인터넷상 네티즌 토론 문화의 격을 높이기위해 10월부터 매달 베스트 네티즌 논객을 뽑아 부상과 함께 시상하고있다.심사 기준은 글의 논리성,설득력,네티즌들의 호응,발상의 참신성,대안 제시 여부 등이다.11월에는 베스트 논객인 신씨외에 이 달의 논객으로 김병구(g1294), 류무수(trigood), 송근호(rootsong), 윤길수(jelover) 씨가 뽑혔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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