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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토끼뜀 임금상승의 5배/「G7」지원 계기로 본 구소 경제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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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원유등 생산 계속 줄고 인플레심리 만연/러연 재정적자 가속… “개혁비판” 높은 목청
미국등 서방 선진7개국(G7)이 독립국가연합(CIS) 참가국들에 2백40억달러를 일괄 지원키로 합의한 것은 구소련의 경제난이 위기상황에 이르렀음을 반증하고 있다.
특히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국내 경제부흥에 소홀했다는 평가로 선거전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유권자들의 조세부담을 증가시킬지도 모를 대CIS 경제지원책을 발표했다.
경제개혁 추진과정의 부담을 이기지 못한 CIS가 폭발,모처럼 조성된 신세계질서의 평화구도·미국의 「독주」를 무산시킬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CIS 참가국 가운데 가장 먼저,가장 급진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 1월2일 가격자유화를 실시한지 1백일이 다 되도록 아직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참담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최근 러시아정부 및 연구소들이 내놓은 자료를 종합해보면 러시아경제는 지난해 마이너스 5%의 성장을 보였으며 올해에는 잘해야 10∼15% 마이너스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외화가득원이자 정부의 주요 수입원인 원유생산량도 지난해와 비교해 최소한 10∼1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예산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10%선에 이를 전망이다. 합리적인 신세제가 확립되지 않은데다 경험있는 세무요원의 부족,지방자치공화국의 예산분담에 대한 이의제기 및 약속 불이행으로 재정적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공장근로자들의 임금은 평균 5.5배 인상됐지만 사회적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직종간 임금차가 현격한데다 정작 물가는 임금인상폭의 4∼5배이상 올라버렸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반영하는 명목소득과 소비지출총액과의 차이를 살펴보자.
지난 1월중 소비지출의 총액은 명목소득총액보다 1백69억루블이 많았고 2월은 2백25억루블이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은 물가를 따라잡기 위해 저축을 계속 줄여 저축률도 지난해 12월엔 27.8%이던 것이 올해 1월엔 21.6%,2월엔 20.6%로 감소되었다.
예고르 가이다르 내각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영기업의 민영화작업도 제도의 미비,루블화의 불태환성 및 불안정성 등의 영향으로 극히 부진해 92년 2월말 현재 전체생산량의 96%를 국영기업이 생산했다.
특히 가격상승으로 유효수요가 감소하고 불확실한 법령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갈등 등으로 생산연계가 붕괴됨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생산의 감소가 2월에 들어서면서 소비자물가에 대폭 반영됐다.
이와 같이 사회적 긴장이 높아지고 생산활동이 활발하지 않게 되면서 러시아 정부 내부의 경제개혁 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고회의에서는 가이다르내각의 사퇴를 공공연히 촉구하는등 러시아의 정치정세도 몹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비록 가이다르 정부가 내외의 비판을 의식,당초 이달초 예정했던 유가자유화계획을 최소한 오는 6월 이후로 연기했지만 6월에 경제가 호전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현재 모스크바에서는 인플레율이 분기당 20%선대로 조정되고 경제가 조정기적인 침체국면에서 조만간 벗어날 것이란 낙관론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세는 비관론이다.
비관론자들은 최저임금·최저연금의 인상을 시발로 근로자의 임금이 계속 인상될 것이며 이는 에너지 가격의 인상에 따른 물가의 연쇄적인 상승반응과 맞물려 극심한 인플레와 실업,사회적 소요를 불러올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러한 연쇄인상의 악성 인플레는 올가을 농산물 가격이 상승할 9월이후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러시아정부가 세기사적 실험이라는 시장경제로의 이행작업을 시도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이와 같은 어려움과 혼란이 이번 서방국가들의 지원결정으로 과연 반전의 기회를 잡을 것인가.<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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