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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목기울어짐-채인정(고대 의대 여천 의료 원장·정형외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얼마전에 30대 후반의 여성이 두 살된 딸을 데리고 진찰실을 찾아왔다.
아들만 셋을 낳고는 그만 낳을까 하다가 딸을 갖고 싶은 욕심으로 하나 더 낳았더니 바라던대로 딸이어서 기뻤고 더욱이 그 딸이 항상 고개를 약간 옆으로 기울이고 말을 하곤 해『역시 딸이라 애교스럽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목을 계속 기울이고 있어 걱정되어 병원을 찾아왔다.
아이는 머리를 왼쪽으로 기울이고 있었으며 목을 자세히 보니 목을 회전시키는 근육에 단단한 몽우리가 만져졌다.
그 아이는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턱이 반대쪽으로 돌아가는 이른바 사경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사경은 감기 같은 급·만성 감염 질환이나 외상·관절염·척추종양·마비·경련 또는 히스테리 등의 요인에 의해 생기는 후천성 증세와 뚜렷한 원인 없이 목을 회전시키는 근육이 오그라들어 생기는 선천성의 경우가 있다.
선천성 사경은 분만시 엉덩이부터 나오는 난산의 경우에 흔하고, 초산일 때 많으며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에게서 더 많이 생긴다. 원인으로는 태아가 뱃속에서 목의 위치가 비정상적으로 놓여있었거나 목을 회전시키는 근육의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근육이 줄어들게 된다는 학설과 분만시 근육이 손상받아 그 부위에 혈종이 생겨 덩어리를 이룬 결과 근육이 단축된다는 학설 등이 발표 됐으나 아직까지 정설은 없다.
선천성 사경의 경우 출생 직후에는 기형이 뚜렷하지 않은 때가 많으며 대개는 6∼8주정도 지나서 발견되고, 그 정도가 가벼운 경우에는 어린애가 걷게될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있다.
이때 목을 앞뒤로 숙이는 동작은 원활하나 회전 동작과 옆으로 기울이는 동작이 잘 안되며, 얼굴이 옆으로 기울어져 눈의 높이가 달라지므로 사팔뜨기가 될 수 있다.
치료는 사경이 발견되는 즉시 시작해야 하며 그 정도가 가벼운 경우에는 짧아진 근육의 반대 방향으로 목을 기울이고 턱을 근육쪽으로 회전 운동을 반복해 짧아진 근육이 늘어나도록 하고, 아이가 잠잘 때에도 기형의 반대 방향으로 머리를 돌리게 하며, 말을 알아들을 만큼 자란 후에는 스스로 교정 운동을 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런 운동 요법이 실패했거나 한 살 이후에 발견된 때는 수술로 근육을 늘려준다. 네 살 이전에 수술하면 얼굴 짝짝이가 교정되나 그 이후에는 교정이 불완전하다. 수술한 후에도 재발을 막기 위해 약 6개월간 교정 운동을 계속해야 한다. 수술하고 퇴원하던 날 환자의 어머니는『하마터면 외동딸 얼굴이 짝짝이가 될 뻔했다』며 안심한 얼굴로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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