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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격감 아마복싱 쇠퇴 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역대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에서 메달 박스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한국 아마 복싱이 선수 격감에 투혼마저 실종, 최대의 위기를 맞고있다.
지난 85년 3천6백여명에 이르렀던 등록 선수가 지난해에는 2천1백50명으로 무려 40%나 감소한 것이다.
이 같은 복싱 인구의 감소 추세는 신인들의 등용 무대에서 확연히 드러나 지난 2월 치러진 꿈나무 복서들의 데뷔 무대인 제24회 전국 중고 신인선수권 대회엔 1백61명(중학 64명, 고교 97명)이 참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3년전인 89년의 2백93명에 가까스로 절반을 넘는 수치다.
또 지난주 끝난 제45회 전국 신인선수권 대회에도 88년의 1백84명에 겨우 절반 수준인 98명만이 출전, 아마 복싱의 쇠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저변이 축소되는 척박한 토양에서 메달을 캐낼 유망주의 탄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 복싱계를 더욱 충격에 몰아 넣은 것은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낼 정도로 기량 있는 선수들이 정신력 해이에 따른 체중 조절 실패로 올림픽 아시아 지역 2차 선발 대회(28일∼5월3일, 필리핀) 파견 대표 선발전을 유산시키기까지에 이른 것.
아마 복싱 연맹은 아시아 지역 1차 선발 대회에서 올림픽 티킷을 획득하지 못한 밴텀급과 라이트급 등 2체급에 대해 새로 국내 선발전을 치러 2차 선발 대회 출전 자격을 부여한다는 계획아래 선발 날짜를 3월26일과 27일 양일로 잡았다.
대진은 현 대표인 신수영(한체대·밴텀급), 김정현(김화공고·라이트급) 에 지명된 밴텀급의 이창환(서울 시청) 김명진(체과대), 라이트급의 홍성식(상무) 이재권(부산 일반)등 각 체급 2명씩의 선수가 도전자 전을 치르도록 했다.
그러나 대표인 신수영과 김정현이 부상을 이유로 불참한데다 90 북경 아시안 게임 우승자들인 이창환과 이재권이 경기 당일까지 체중 감량에 실패, 대회를 유산시키는 복싱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현상을 빚고 말았다.
이에 따라 연맹은 라이트급의 경우 왼손잡이 홍성식을 선발전 없이 대표로 확정했으며 밴텀급은 신수영의 다리 부상이 완쾌되는 오는 7일 신수영-김명진간의 단판 승부로 대표를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이 복싱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투혼마저 상실하고 있는 것은 생활 형편이 나아지면서 매맞고 힘든 스포츠인 복싱을 싫어하는 「선진국형」의 필연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최근의 쇠락하는 복싱 풍토를 반영이라도 하듯 연맹은 물론 대한 체육회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투기 종목 중 유일하게 복싱에서는 금메달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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