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A급 수습방안」 급한 중앙대/이은주 사회1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31일 오전 10시 서울 흑석동 중앙대도서관옆 광장에는 책상·소파 등 총장실 집기류가 쓰레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그 옆에서 학생 10여명과 교직원들이 격론을 벌이고 있었다.
전날 학생 2백여명은 『지난해 10월 교육부로부터 C급판정을 받고도 학교측은 발전계획수립에 계속 소극적이다』며 총장실에서 집기를 들어낸뒤 문에 널빤지를 가로놓고 못박아 버렸던 것이다.
『87년 학교를 인수할때 중앙대를 동양의 명문사학으로 키우겠다며 큰소리쳤던 재단이 해낸 것이 고작 C급대학을 만든 것입니까. C급판정을 받고도 재단측은 발전계획보다는 핑계만들기에 급급한 모습만 보여줘 학교발전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입니다.』
학생들은 『재단의 대변인으로 전락한 총장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학생들은 26일과 27일에 하경근 총장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실시해 50% 투표율,90%에 육박하는 찬성으로 총장불신임을 의결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학교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학교도 발전계획 수립과 발전기금 조성을 위해 나름대로 애쓰고 있습니다. 중앙대 역사상 처음으로 교수와 직원에 의해 선임된 직선총장을 학생들이 마음대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비민주적인 억지논리 아닙니까.』
학교측은 C급 판정이후 대학의 명예회복과 발전을 위해 교수 15인으로 구성된 「대학발전계획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장·단기 발전계획을 수립중이며 발전기금조성,우수신입생유치,졸업생 취업대책마련 등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요구한 등록금 인상률중 5%를 대학발전기금으로 충당하는 방안도 수용할 수 있다는 신축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총학생회에 의해 봉쇄된 사무실을 원상복구하지 않는한 어떠한 협의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무 소득없는 대치상태를 지켜보면서 C급 판정쇼크를 극복하고 명예회복과 발전을 모색하는 양측의 의지가 기왕에 확인된 이상 서로가 냉정을 되찾아 한발짝씩 양보할 경우 「A급 해결방안」도 나올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