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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의중」 읽기 부산/민자 각계파 서로 아전인수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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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누구 편도 안들것” 「중립」쪽에 비중 민정계/후속조치 없자 낙관­비관론 엇갈려 민주계
민자당의 차기대통령후보 경선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특정인을 지지할 것인지,끝까지 중립을 지킬 것인지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31일 민자당 당선자대회에서 「공명정대한 민주적 경선」을 강조한 노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당내 진영마다 해석이 구구하다.
민정계는 「중립」으로 받아들이며 희색인 반면 민주계는 당초 김대표에 대한 측면지원을 확신했던 분위기에서 점차 의구심을 갖기 시작하며 노대통령의 엄호에 대해 기대와 회의가 교차하고 있다.
○…민정계는 노대통령의 발언을 5월 전당대회의 중립선언으로 적극 평가하고 환영하는 분위기.
당선자대회가 끝난뒤 플라자호텔에서 모임을 가진 박태준 최고위원,이종찬·이한동·박준병·심명보·박철언·최재욱 의원 등은 『전적으로 지지와 공감을 표시한다』고 의견일치.
모임이 끝난뒤 최의원은 노대통령이 페어플레이를 하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내가 공명정대하게 대회를 관리하겠다』는 점을 두번씩이나 역설한 점으로 미뤄 중립적 입장을 취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모임에 참석한 중진의원은 『김대표쪽에서 선전하는 전당대회에서 노대통령의 김대표지원이란 가상시나리오는 이제 의미가 없게 되었다』면서 『공명정대한 대회관리란 표현속에 누구를 밀겠다는 의미가 끼어들 수 있겠느냐』고 주장.
그는 『노대통령이 전당대회의 자유경선에 6·29선언의 완성이란 대의명분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이런 내용의 발언을 했는데도 대권밀약설이 나온다면 큰 일』이라고 김대표계를 겨냥.
서울출신 재선의원은 『이춘구 총장의 임명,친YS계인 서동권 안기부장의 경질,그리고 공정한 전당대회시실의 발언을 통해 노대통령은 민자당 후계구도의 윤곽을 일단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의미부여.
○…노대통령의 측면지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던 민주계는 노대통령의 「민주적 경선」 언명이 나오자 『김대표가 또 당했다』는 거센 불만이 터져나오는가 하면 『노대통령의 입장상 겉으로는 중립을 표방할 수 밖에 없지않느냐』고 여전히 기대를 보내는 등 엇갈린 반응.
일부 반발세력들은 노대통령을 면담하고 나온 박태준 최고위원·이종찬 의원 등이 만족을 표시했고 친·인척 모임후 박철언 의원의 반YS행보가 활발해진 대목을 들어 『김대표를 지원하기는 커녕 거꾸로 경쟁자들을 돕고 있다』며 탈당·청문회 등의 민감한 단어들을 들먹이는등 흥분.
한 핵심참모는 『아직도 민심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청와대쪽은 모르는 모양』이라며 『유일한 대안인 김대표를 상처낸뒤 대통령선거전에 내보내겠다는 뜻인지,아니면 단물 다 빼먹고 팽개치겠다는 뜻인지 모르겠다』고 비난.
그는 『최소한 노대통령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듯한 인상을 풍기는 친·인척의 반YS행동에 대해선 대통령이 자제시켜야할 것』이라고 박철언 의원을 겨냥.
그러나 박관용 의원 같은 이는 『김대표가 아무런 복안없이 경선출마선언을 했을리 만무하다』며 『노대통령과 모종의 협의가 있었을 것이며 조만간 구체적인 지원책이 강구될 것』이라고 해석.
박의원은 『정권창출의 측면에서나 시대적 흐름으로 보아 노대통령이 김대표를 선택하지않고 달리 방도가 있느냐』며 『공개적 지원은 없을지 몰라도 김대표가 보다 건강하고 빛나는 모습으로 후보가 되는 길을 모색하리라 믿는다』고 기대.
이같은 기대에 대해 일부 강경측근들은 『노대통령이 「자유경선」「중립」을 워낙 여러차례 강조해 설사 김대표를 돕고싶더라도 노대통령으로선 구체적으로 아무런 힘을 구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신중론을 펴면서 김대표의 보다 적극적인 요청·담판을 촉구하고 있다.<허남진·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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