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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10개월」이 중요하다(임기말 증상을 경계하자: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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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대통령에 걸린 책임/행정기강 잡아야한다/뒷일 걱정보다 집권마무리 잘해야/누수현상 없게 결연대처를/선거기간 공정관리역 중요
대통령의 임기말이 각종 혼란과 무질서,생산성의 저하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총선직후부터 심각히 제기되고 있다. 오늘의 국제환경이나 국내 형편을 보면 정부가 안정된 바탕과 안정된 팀을 갖고서도 산적한 각종 도전에 대처하기가 벅찬데 그런 안정바탕과 안정된 행정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임기말에 국가적 과제들을 어떻게 추진할 것이며 혹시는 「용에서 지렁이」로 떨어진 것과 같은 또 한번의 추락이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각계 저변에 깊숙이 깔려있는 것이다. 어떤 강력한 정부라도 임기말에는 각종 누수현상이 있게 마련이다. 더구나 6공정부는 임기중 강력한 정부라는 인상을 주지못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오늘의 이런 형편에서 또 한번의 추락을 겪을 수는 없는 일이며,임기말을 겪는데 따르는 고통과 대가를 최소화하면서 오히려 이를 발전과 개선의 계기로 전환시키려는 노력과 슬기를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
임기말에 예상되는 각종 증상을 막고 극복할 가장 중심적 역할과 책임은 노태우 대통령 자신에게 있음이 분명하다.
따지고 보면 노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11개월이 채 안남았다. 그나마 12월의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당선자와 정권인수 인계작업이 진행될 것이므로 실질적인 통치기간은 8개월여 남은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잦은 헌정중단으로 이런 임기말의 기간에 대한 경험이 축적돼 있지 못하다. 5공의 마지막 1년은 대통령의 전근대적 권위를 유지해보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혼란과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을 뿐이다. 노대통령의 마지막 기간이 그와 같은 경험의 반복이 될리는 없을 것이다. 노대통령이 여러번에 걸쳐 집권 마무리작업을 하겠다,경제에 전념하겠다고 말해온 것을 보더라도 그가 마지막 기간을 어떻게 보내려 하고 있는지를 시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상되는 각종 누수현상속에서 노대통령이 임기말 증상을 극복하자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우선 무엇보다도 엄격한 행정의 관리가 중요하다. 벌써 공무원들의 눈치보기는 시작됐고 시간이 갈수록 보신주의·무사안일 경향은 늘어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치안부재·민생대책 부재의 무질서 상황이 나타나고 경제에 대한 시급한 처방들이 마련되지 못할 염려도 있다. 대통령의 령이 서지 못하는 행정기강해이·행정력약화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노대통령은 흔들림없는 자세로 철저한 감독과 독려로 이런 상황이 없도록 대처해야 한다.
그리고 임기말에 흔히 예상될 수 있는 각종 정책의 왜곡현상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막판이 되면 평소에 성실하던 공직자라도 『봐줄 사람은 봐주고 나가자』는 심리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특정인을 위한 특혜인사·특혜정책 등이 나올지도 모른다. 노대통령은 이런 점도 깊이 유념해 대소공직자의 기강을 잡아야 할 것이다.
다음 노대통령은 민주적인 권력이양의 공정한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두가지의 과제가 있다. 그 하나는 민자당의 대통령후보를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12월 대통령선거의 관리다.
우리 헌정사상 집권여당이 대통령후보를 경선으로 뽑는 일은 처음이다. 노대통령은 어떤 밀약이나 지역적인 고려없이 처음있는 여당의 경선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할 것이다.
셋째,노대통령은 남은기간 국론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여권은 분열돼 있고 앞으로 있을 대선등 각종 선거는 정파간·지역간의 대립을 격화시킬 수도 있다. 이런 특수한 기간인만큼 노대통령이 공정하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국론을 수렴하는 진지한 작업을 벌여 나갈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하겠다. 요컨대 노대통령 스스로 흔들림없이 의연하고 결연한 자세로 임기말 증상이 나오지 않도록 국정의 대소사를 챙겨야 할 것이며,그런 노력이 경제력의 회복·사회의 안정·치안의 확립 등으로 나타날때 임기말의 누수도 저절로 막아질 수 있을 것이다. 임기후를 고려한 어떤 인위적 고안이나 장치보다도 마음을 비우고 임기말의 성공적 관리를 해낼때 국민신뢰를 얻고 퇴임후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볼때 노대통령은 집권기간중 지금 가장 중요한 시기에 직면해 있으며 그것은 우리 헌정사에서도 중요한 선례로 기록될 것이다.<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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