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아파트 홍보도 하고 기업 이미지도 높이고…|모델 하우스를 문화 공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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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 역삼동「삼성 아파트 주택 문화관」3층 강당. 5백여 명의 주부들이 강당을 메운 가운데 6명의 주부가 강당 전면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강사 구지윤씨(38·여)의 지도로 이루어지는 합창곡은 최근 유행하는 김국환의『타 타타』.
6명 1개조로 무대에 오른 주부들이 유명 가수 뺨치는 율동과 노래 솜씨를 선보일 때마다 강당 곳곳에서는 갈채와 환호가 뒤따른다.
아파트 건설 업체인 삼성 종합 건설이 역삼동 삼성 아파트 주택 문화관에서 매주 금요일 개설하는 노래 부르기 교실 풍경.
삼성 종합 건설 측은 아파트 분양 때면 임시로 짓던 견본 주택(모델하우스)을 상설 전시관인 「삼성 아파트 주택 문화관」으로 개량해 아파트 분양 기간 중에는 견본 주택으로, 평시에는 가정 주부 대상의 무료 취미 교실을 개설하거나 각종 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센터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계속된 건설 경기 침체로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면서 성행하기 시작한 아파트 건설 업체의 한 차원 높은 홍보전략이다.
삼성·럭키개발·청구주택 등 유명 건설업체들은 아파트 양마다 지었다 허무는 견본 주택공간을 활용해 가정 주부 대상 무료 취미 교실 등을 개설, 아파트 내부 구조의 장점 등을 자연스럽게 홍보하고 기업 이미지도 높이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삼성 종합건설은 연간 2억5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사주·관상·작명·신년 운세 풀이 등을 가르쳐 주는 생활 주역, 레크리에이션, 자녀 교육 상담, 문예 교실, 설계 공모전, 노래 부르기 교실, 가족 사진 공모전 등 다양한 문화서비스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총6천7백여 명, 하루 평균 5백여 명이 상설 전시관을 찾았다.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매주 2시간씩 개설한「소설·시작법 교실」에는 2백여 명의 주부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었으며 올해는 주부들의 요청에 따라 문예 교실 강좌 기간을 2개월로 연장할 계획이다.
럭키개발 상설 전시관도 미니 패션쇼·카메라 교실·창업 교실·수지침·세법 강의·칵테일 만드는 법·부동산 정보 교실 등 각종 취미·정보 교실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창업교실」은 액세서리 점포·분식 집·옷가게 등 소규모 점포 개업을 희망하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점포의 위치 선정·투자 액수·운영 방법 등을 강의하는 프로그램으로 가장 인기가 높아 지난 10월 한달 동안 개설한 이 강좌에 3백여 명의 주부가 몰렸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
럭키개발은 이러한 문화 행사 외에 상설 전시관 입구에 버튼만 누르면 세무 지식·생활 법률·날씨 등을 알려주는 컴퓨터를 설치해 각종 생활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개관한 청구주택 상설 전시관도 산호·조개 등 3천5백여 점의 해조류 전시회를 개최, 5일간 1만여 명이 몰리는 성황을 이뤘고 태양열 주택 설계 공모전을 열어 1천여 점이 출품되기도 했다.
㈜건영은 상설 전시관을 인근 기업체·관공서 직원들의 세미나 장소나 종교 단체 합창반의 노래 연습장으로 무료 임대해 이미지 개선을 꾀하고 있다.
건영 측은 올 4월 중 각종 건축 자재를 수집, 건축 자재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우방 주택도 지난해 12월 의류 생산 업체와 협찬으로 불우 이웃 돕기 자선 바자를 개최한데 이어 올해는 이 분야 예산을 대폭 증액, 각종 문화 행사를 펼칠 계획.
아파트 건설 업체의 이 같은 홍보 전은 과열 건설 경기를 잠재우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계속돼 온 공동 주택 신축 규제 조치 등 이 올 들어 풀리면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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