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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직선제 싸고 “내분”/집권당 양분에 야당까지 가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민열망”·“헌법위배”논쟁 치열
대만의 집권 국민당이 총통직선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다.
당내 수뇌부가 총통직선제 개헌파와 현 총통간선제 고수파로 양분,벌써 2개월째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14일 국민당 제13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총통직선제 문제가 공식 제기되면서 국민당내의 두 파벌은 공개적으로 대국민 지지세력 규합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대만 제1야당 민주진보당(민진당)까지 총통직선제 논의에 가세,직선제 개헌을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직선제 개헌공방은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국민당은 간선제 고수를 당론으로 정해놓고 있으나 예기치 않게 직선제논쟁에 빠져든 것은 평소 간선제를 강하게 주장해온 리덩후이(이등휘) 총통이 지난 6일 갑작스럽게 직선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부터다.
이총통은 직선제가 전대만국민이 열망하고 있는 제도라는 점을 내세워 총통을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하자는 제안을 국민당 지도부에 내놓았다.
총통간선제를 국민당의 존립기반으로 여기고 있는 하오바이춘(학백촌) 행정원장을 비롯한 당내 보수진영은 예상대로 강력히 이에 반발하고 있다.
학행정원장등은 이총통이 헌법의 기본정신을 어겨가면서까지 무리하게 헌법개정을 추진하려는 의도를 알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총통은 25일 총통직선제와 관련된 당내 내분확산을 피하기 위해 이에 관한 최종결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일단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대만의 정치분석가들은 이총통이 직선제 개헌지지로 돌아선 것은 오랫동안 구상해온 이총통의 승부수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총통은 지난 88년 대만성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대만 최고통수권자가 되면서 5년째 대만을 이끌어오고 있으나 국민당내에서 아직도 확고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본토출신 정치인들의 심한 견제를 받아왔다.
이총통은 본토 출신들의 간섭이 심해 제대로 총통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불만을 표시해왔고 본토 출신들은 이총통이 지나치게 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지 정치분석가들은 이총통이 일단 보수파들과 보조를 맞추어 정국혼란을 막고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총통직선제를 밀어붙여 일거에 판세를 뒤집을 복안을 갖고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의 총통직선제 논쟁이 갖는 보다 중요한 의미는 총통직선제가 대만의 대중국관계,나아가 대만의 독립문제에까지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만정부는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대만정부가 전중국을 통치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대만정부가 본토에서 선출된 대표들이 포함된 국민대회에서 총통을 선출해온 것도 상징적으로나마 대만총통이 전중국인에 의해 선출된 헌법기관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만일 총통이 대만인들만에 의해 직접 선출된다면 문제는 본질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즉,대만정부가 그동안 주장해온 「전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정책이 사실상 폐기될 뿐 아니라 이것은 곧 민진당이 줄곧 주장해온 대만독립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중국정부를 자극,내전으로까지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
중국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만일 대만인들이 독립을 추구할 경우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대만의 총통직선제 논의가 이렇게 수많은 고려변수를 수반하는 민감한 문제인만큼 직선제논의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느냐가 대만은 물론 대본토정책에 커다란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방향으로 결말이 나든 승자와 패자를 막론하고 대만은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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