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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날 마다않고 “한표열기”/역·터미널 행락인파도 크게 줄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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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마을 28명 15분에 “투표끝”/백27세 할머니 나오자 박수/택시기사가 노인 백여명 무료봉사 칭송
14대 2백37명의 선량을 뽑는 민의의 발길이 24일 이른 아침부터 줄을 이었다.
제주를 비롯,전남·충남·경기·강원 등 일부 해안지방에는 비가 내렸고 대관령등 일부 산간지방에는 눈까지 내렸으나 14대총선을 맞은 주권행사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강원도 고성군에서는 백27세의 할머니가 최고령으로 투표권을 행사했으며 양양에서는 한마을 전주민 28명이 새벽같이 15분만에 투표를 끝내기도 했다.
이날 서울등 대도시 역·터미널 등에는 시민단체들이 나와 투표권을 행사한 뒤 나들이를 떠날 것을 권하는등 막판까지 선거참여캠페인을 벌였으며 흐린날씨 탓인지 행락객들의 수도 적어보였다.
○…서울역·청량리역·상봉터미널 등에는 잇따른 기권방지캠페인 때문인지 24일 오전 지난해 광역선거 당시에 비해 일반행락객들의 숫자는 줄어든 편이었으나 대학생으로 보이는 행락객은 많이 보였다.
서울역의 경우 오전 8시30분까지 휴일 평균 4천여명보다 1천여명이 적은 3천여명이 서울을 빠져나갔고 이날 하루 운행되는 총 1백18편의 열차중 12편만이 매진돼 비교적 한산한 모습.
청량리역도 오전 9시30분까지 1천8백여명이 열차를 이용,휴일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북한산 국립공원에는 평소 휴일 오전 1천여명쯤의 등산객이 몰렸으나 24일 오전에는 4백여명에 불과해 한산한 편.
그러나 상봉터미널에는 대학생들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아침 일찍부터 개인·단체별로 인근 교외로 놀러가는 모습이었고 성북역에도 오전 9시까지 8백여명의 젊은이들이 서울을 빠져나가 대조적.
○…서울 중계1동 동사무소에 설치된 중계1동 제4투표구에는 영보운수소속 택시운전사 이영익씨(47)가 이른 아침부터 관내 노인 1백여명을 투표소까지 무료로 태워줘 눈길.
이씨는 오전 7시30분쯤 투표소에 도착,투표를 마친뒤 인근 삼창·정진빌라 등을 쉴새없이 오가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태우고 투표소까지 안내.
이씨는 『오늘 하루 돈을 못버는 한이 있더라도 4년에 한번밖에 없는 주권행사 기회에 한사람이라도 더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일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서울 수유1동 동사무소에 마련된 도봉갑 수유1동 제2투표소에는 박상훈씨(40·공무원)가 부인과 함께 국민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투표소까지 데리고 나와 현장교육을 시켜 눈길.
박씨는 오전 8시30분쯤 투표를 마친뒤 수암(12·국교 4년)·일산(10·국교 2년)군 등 두 아들을 기표소가 있는 동사무소 안까지 데리고 들어와 다른 사람들의 투표과정을 지켜보며 일일이 투표절차를 설명. 박씨는 『광역선거때에도 아이들을 투표소에 데리고 나왔다』며 『현장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선거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수 있어 교육적 효과가 높다』고 설명.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제2투표구 투표소인 대진국교에는 24일 오전 10시25분쯤 1865년생으로 1백27세인 임씨할머니(고성군 현내면 대진1리)가 손자 지두병씨(46)의 등에 업혀나와 투표.
임씨할머니는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해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었으나 손자가 집에서 8백m거리인 투표장까지 업고 나와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선거에 참여.
○…1백13세로 인천의 최고령자인 조병옥할머니(용현4동 146)는 이날 정오쯤 맏손자 조규인씨(27·외국어대 무역과 4년)의 부축을 받아 집에서 3백여m 떨어진 성광교회 세계선교센터에 마련된 용현4동 제2투표소에서 한 표의 권리를 행사. 『지난해 기초·광역의회의원선거때도 투표에 참가했다』는 조할머니는 투표소 관계자들로부터 박수와 인사를 받은뒤 『내가 선택한 지역일꾼이 당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할머니는 1879년 2월1일생.
○…강원도 명주­양양선거구 제5투표소인 양양군 현북면 법수치리 15가구 28명의 유권자들은 투표시작 15분만인 오전 7시15분 1백% 투표를 마쳐 전국에서 첫번째 투표완료를 기록. 주민들은 투표시작 20분전부터 마을 가운데 있는 투표소에 모여 투표를 끝낸후 농사일을 시작. 선관위측은 투표는 끝났으나 규정상 오후 6시까지 투표소를 운영.
○…모친상을 당한 정영환씨(50·경북 영풍군 봉현면 대촌2리)는 오전 7시쯤 상복차림으로 상여꾼 20여명과 함께 봉현면 제2투표소로 나와 투표.
부친상을 당한 이태경씨(49·경북 군위군 군위읍 무성리)도 오전 7시쯤 상복차림으로 가족과 함께 군위읍 제3투표소에서 투표한 후 장례를 치르기도.
○…강원도 춘천시 삼천동투표소의 투표관리위원장인 박상달씨(64·덕두원국교 교장)등 관리위원 5명은 24일 수당으로 받은 총 16만5천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삼천동사무소에 기탁.
이날 박씨가 『교육공무원으로서 신성한 선거에 도움을 주는데 돈을 받을 수 있느냐』며 수당 3만3천원을 동사무소에 기탁하자 다른 위원 4명도 이에 뒤따라 기탁한 것.
○…사전선거운동혐의로 구속돼 옥중출마한 부산 영도구 노차태후보(무소속) 가족들은 투표일인 24일 오전 6시부터 검은 상복에 「옥중출마」라는 리번을 달고 투표소마다 돌며 유권자를 상대로 마지막 지지를 호소. 노후보의 아들 4명·며느리 4명과 딸 2명은 2명씩 조를 이뤄 63개 투표구를 순회하면서 『억울하게 구속된 아버지를 지지해달라』고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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