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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비리' 수사 헛발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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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해 초 서울지검 특수1부의 월드컵 휘장사업 수사와 관련, 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핵심 관계자들이 법원에서 잇따라 무죄 판결을 받아 부실 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지법 형사5단독 유승남(劉承男) 판사는 11일 월드컵 휘장 사업체인 CPP코리아 金모 사장에게서 로비 명목으로 6억9천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된 김재기 전 한국관광협회 중앙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이례적으로 무죄가 확정될 경우 판결문 요지를 신문에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려 신빙성이 없고 金사장이 주었다는 수표의 입금 자료가 전혀 없는 등 돈을 받은 수령 시기.명목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재기씨는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돈을 받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납품 청탁 로비와 함께 CPP코리아 등 업체 세곳에서 1억1천3백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구속 기소됐던 김용집 전 월드컵조직위 사업국장 역시 지난달 4일 CPP코리아 관련 부분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른 업체 두곳에서 3천3백만원을 받은 부분만 인정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재판부는 "CPP코리아 측에서 받았다는 8천만원은 金사장의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없고 진술도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김용집씨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에 돈 전달 현장이라는 사무실 위치를 잘못 적었다가 변호인의 지적을 받고 정정하기도 했었다.

역시 CPP코리아에서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종환(이인제 자민련 의원의 전 특보 )씨는 "김용집씨 사건에서 金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는 이유로 보석으로 풀려난 뒤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검 특수1부의 수사 검사는 "항소한 뒤 미진한 부분에 대한 증거를 보강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지검 한 간부는 "金사장이 진술을 잘 하자 그 말을 믿고 돈의 액수나 시기 등을 너무 특정해 기소하다 보니 공소 유지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CPP코리아 金사장에 대해 검찰은 4억여원의 뇌물 공여 혐의로 지난 10월 벌금 7백만원에 약식기소했었다. 그러나 법원이 "뇌물 공여 액수가 많다"면서 金씨를 정식재판에 회부, 재판이 진행 중이다.

?무죄 공시=형법에 따라 재판부는 무죄 판결을 내릴 때 재량으로 판결문을 일간 신문 등에 실을 수 있다. 비용은 법원이 부담한다. 김재기씨의 경우 변호인 측의 요청으로 공시 결정이 내려졌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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