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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형 영화사들 비디오 직배 추진|제작사·영화 산업에 "치명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폭증하는 국내 비디오 시장을 노리는 미국 메이저 영화사들이 비디오도 직배를 추진하고 있어 프로그램 공급을 이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국내 비디오 제작사들은 물론 한국 영화 산업 전체가 위기에 처하고 있다.
지금까지 파라마운트·유니버설 등의 영화를 UIP 영화 직배와 함께 비디오로 직배하던 CIC사에 이어 컬럼비아-트라이스타사가 영화 직배와 함께 비디오도 5월부터 직배키로 하고 국내 지사 설립에 나섰다.
또 드림박스 비디오사와 판권 계약을 해온 월트디즈니-터치스톤사도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6월부터 비디오를 직배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미 극장 영화를 직배하고 있는 20세기 폭스사와 워너사도 선발 직배사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비디오 직배를 암중모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세계 영 화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고 국내 비디오 수요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 5대 영화사들이 국내 비디오 산업의 자본과 수익 대부분을 장악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국내 비디오 업체는 유럽·홍콩 등의 소규모 영화 배급이나 판매 유통 대행사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즉 국내 비디오사가 판매가 30∼40%의 로열티를 외국 영화사에 지불해 오던 형태가 바뀌어 미국 영화사들이 판매 수익 전체를 직접 챙기게 되는 것이다.
블럭버스터 등 비디오 전문 유통 업체까지 국내에 들어오게 되면 비디오 직배와 연결, 수천억원 규모의 외화가 비디오 시장을 통해 빠져나가게 될 형편이다. 특히 국내 비디오사가 흥행성이 있는 영화 판권을 놓치게 되는 경우 최근 들어 제작비의 대부분을 비디오사에 의존해오던 방화 제작도 크게 위축돼 결과적으로 우리 영화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직배되어 온 CIC 비디오 판매가가 인기 프로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일반 라이선스 비디오 보다 20%이상, 많게는 두배 가량 비쌌던 것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비디오 프로그램 가격이 오르는 등 판매·대여 시장도 전면 재편이 불가피하다.
국내 비디오 제작사들은 최근 홍콩 액션물과 방화의 전반적인 침체와 함께 주요 프로그램인 미국 메이저 영화사들의 비디오가 직배되는 사태를 맞아 음악비디오·다큐멘터리 비디오 직접 제작 등으로의 업종 전환을 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디오 제작·배급을 계열사를 통해 운영해오던 대우·선경·삼성·금성 등 대기업들은 대자본을 앞세운 할리우드 영화의 강력한 진출에 대처하고 국내 영상 산업을 회복·유지시키기 위해 직접 영화 제작에도 손을 대고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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