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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만 특별사면 국민 화합 해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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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에 골프를 친 뒤 목욕을 하는데 국민의 정부 때 실세였던 분이 있더군요. 제가 검찰총장을 할 때 돈을 많이 받아 징역형을 선고받은 분이었죠. 신병을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받아 풀려났었는데 어떻게 곧바로 골프를 치는지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듭디다."

노무현 정부 초대 검찰총수였던 송광수(57.사진) 전 검찰총장이 12일 비리 정치인들의 특별사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송 전 총장은 이날 숭실대의 '교정복지론'(담당 교수 배임호) 수업에 특별강사로 참석, "국민 화합을 위해 사면을 한다고 하는데 정치인만 골라 사면하는 것은 오히려 화합을 해친다"고 말했다.

그는 "사면을 하려면 일반인들도 함께 해야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만 교도소 밖을 나가면 일반 국민들이 승복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의 비리와 인사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송 전 총장은 "검찰 내부의 비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발해서 처리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 주변에서는 인사철 마다 편파적이라는 말들이 나온다"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는 검찰의 중요한 당면 과제"라고 덧붙였다.

'범죄의 원인과 우리의 사회환경'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의는 숭실대 사회복지학과와 대학원생 등 70여명이 수업을 들었다. 송 전 총장은 19일 '한국의 형사사법정책'이란 주제로 한 차 례 더 강의를 할 예정이다.

40년 동안 사형수를 위한 교화활동을 해온 삼중스님과 사형선고를 받고 20년 동안 복역한 '최선생'이라는 전(前) 사형수가 두 차례씩 강사로 나선다.

배임호 교수는 "검찰, 그리고 법과 원칙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신 분들이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초빙했다"며 "관심있는 학부생까지 수업을 듣는 등 학생들의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권 출범 직후인 2003년 4월 총장에 임명돼 임기(2년)를 마친 송 전 총장은 법무부 검찰 1.2.3과장과 검찰국장을 지낸 기획통 검사였다. 아이디어와 유머 감각이 풍부한 그는 아마추어 공인 6단의 바둑 고수(高手)다.

민동기 기자

◆ 특별사면=특별사면은 특정 범죄를 저지른 모든 사람이 대상인 일반사면과 대비되는 말이다. 형이 선고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법무부장관의 상신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확정한다. 보통 정변이 생겼을 때 정치범을 구제하기 위해 행해져 왔고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기쁨을 함께 하고 국민화합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형평성의 차원에서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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