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궁중 떡복이에도 음양오행 깊은 뜻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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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의 맛있는 컬처 레시피 김선미 지음, 이미지박스, 312쪽, 1만3800원

문화가 멋이라면, 음식은 맛이다. 멋과 맛은 동전의 앞뒷면. 문화와 음식은 일란성 쌍둥이와 같다. 독문학을 전공한 저자. 수년 전 하이네의 시집에서 '굴을 먹는다'는 표현을 보고 '필'을 받았다. 그래, 책에 나타난 음식에 관한 글을 써보자. 어느 날, 한걸음 더 나갔다. 이왕이면 직접 만들어보자.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저자는 '준프로' 요리사로 거듭났다. 단순한 '조리사'가 아닌 문화와 음식을 함께 버무리는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눈과 귀로는 문화를 먹고, 입으로는 요리를 먹는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일이다.

결과는 훌륭했다. 블로그 '맛있는 런~이네 집'이 소문이 났다. 그리고 이번에 책까지 나왔다. 드라마 '대장금'에 소개된 궁중 떡볶이. 일명 간장 떡볶이다. 저자는 강한 양념보다 오색 채소의 맛을 살린 궁중 떡볶이에서 한국의 음양오행 사상을 읽는다. 또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샐리(맥 라이언)가 가짜 오르가슴을 연기할 때 등장하는 소위 '예스 샌드위치'에선 남녀간 사랑을 떠올린다. 재료가 잘 섞인 샌드위치가 맛있듯 남녀간 사랑도 칭찬.배려.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의 관심은 만화.미술.음악으로 계속 확장된다. 최근 유행하는 만화 '신의 물방울'도 빠질 수 없다. 그래도 핵심은 역시 맛.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면 백견(百見)이 불여일미(不如一味)다. 컬러판 음식사진과 친절한 레시피(조리법)에 군침이 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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