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태극』마무리 위해 일시 귀국|재 호주 작가 김동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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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20여년전에 구상했던 장편「태극」의 마무리를 위해 왔습니다.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한 작품이기에 끝마무리는 고국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재 호주 작가 김동호씨(56)가 일시 귀국했다. 61년 호주 정부 장학금으로 시드니 대학에 유학한 이래 김씨는 계속 그곳에 거주하며 창작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영문으로 펴낸 3편의 장편『내 이름은 티안』『암호』『차이나 맨』을 통해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호주 문단에서 주요 작가로 떠올랐다.
베트남전쟁을 11세난 소년의 눈으로 조명, 69년 펴낸『내 이름은 티안』은 백호주의의 높은 벽을 허물고 김씨에게 시민권·영주권과 함께 창작 지원금까지 안겨준 출세작이며,『암호』『차이나 맨』은 대학 문학교재에까지 실릴 정도로 그의 작품은 호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가 내 작품의 일반적 주제입니다. 내게 있어 정치는 어떻게 한데 어울려 잘사느냐의 문제입니다. 인간들 뿐 아니라 자연, 나아가 신과도 어울릴 수 있는 삶 말입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정치·사회현상을 한 시각으로 잡은 단층적 구조를 거부한다. 순수혼·공동선·신등에 관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현실세계와 맞물려 돌아간다.
탈고를 앞둔『태극』도 한국과 주변 강대국의 지난 10년간의 정세변화를 한 축으로 하면서 대학 재학중 민중·농촌운동에 뛰어든 출신이 다른 두 대학생을 내세워 정치적·이념적 통일뿐 아니라 진정한 인간적 삶이 무엇인가를 다루게 된다.
금씨는 이 작품을 위해 교황·고르바초프 등 국제정치지도자들을 면밀히 분석해 왔으며, 취재를 위해 한국에도 여섯차례 왔었다. 그리고 나서도 신념이 안서 집필을 중단하곤 했었다.
『소설의 운명이라는 것이 어델 가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대중적 인기인들이 대거 선거에 나서는 등 민주주의가 질보다는 양으로 가고 있듯 소설 또한 지구촌 어데서나 가벼운 읽을거리들만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학에 있어서는 악화가 양화를 내쫓을 수 없습니다. 문학에는 들려주어야만 될 이야기만을 새로운 방법으로 들려주어야 하는 작가의 신념·양심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문학의 문학다움을 유지시키는 작가의 신념을 위해 김씨는 한반도 중간부분 설악산 아래 2개월간 머무르며『태극』을 탈고, 호주로 건너갈 예정이다.<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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