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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첨단과학기술 연구현장을 찾아서|포철|기능 세라믹 연구실|"한국판「6백만 불 사나이」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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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 3일 포항제철 산하의 산업 과학기술연구소(산업과 기연·RIST)5주년 기념식장에서 기능 세라믹 연구실이「연구대상」을 받았다.
연구실을 대표해 백덕현 소장으로부터 상장을 받은 김선욱 연구실장(40·미 뉴욕주립 세라믹대 졸)은『이 연구실은 세라믹의 전기·기계적인 변환특성을 이용해 첨단제품의 주요부품을 개발하는 곳』이라며『세라믹 응용분야에서 산학협동이 잘돼 상을 받은 것 같다』고 말한 뒤 연구소의 임시공휴일인 이날도 연구를 위해 연구실로 발길을 옮겼다.
산업과 기연 2동3층에 자리잡은 기능 세라믹 연구실 창문너머에는 분수와 화원이 꾸며진 경북 포항시 효자동 구릉지대와 멀리 형산강이 굽이치는 포항제철이 보였다.
지난 88년 연구소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와 센서 분야의 공동연구를 추진하면서 발족된 기능 세라믹 연구실은 이제 국내에서 세라믹 센서 분야의 최고봉에 올라있다.
발족당시 김 실장과 윤만돈 연구원(34·고려대 졸)두 사람으로 출발한 기능 세라믹 연구실은 현재 이들 외에 노용래씨(31·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졸), 신병철씨(31·한국과학기술원)등 박사 급 연구원 2명과 임종인씨(29·한국과학기술원)등 석사 급 연구원 2명을 포함해 모두 6명이 세라믹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기능 세라믹은 강도를 목적으로 하는 구조 세라믹과는 달리 압력(진동)을 가하면 전류가 발생되고 역 변환도 가능한 압전 현상을 이용하기 때문에 정밀측정, 로봇의 감각장치 등에 쓰이는 최첨단 신 소재.
따라서 연구실이 하는 일도 ▲우수한 압전 세라믹 ▲설비 진단시스팀(CMS)의 가속도 센 서 ▲능동제어 진동 시스템 ▲로봇의 감각 센서 ▲미세정밀 조작을 위한 모터개발 등이다.
이중에서도 산업체 각종설비의 노후상태 및 고장여부를 미리 예측해주는 CMS의 가속도 센서는 포항제철에 연 30억 원의 수입대체효과를 안겨다줌으로써 연구대상을 받게 해 준 주역이 됐다.
그러나 기능 세라믹 연구실이 2000년대를 바라보며 역점을 두는 연구과제는 로봇의 감각 센서 개발이다.
마치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게 세라믹을 이용한 초음파 센서를 통해 시각을, 진동 센서로 청각과 촉각을 대신하고 심지어 스피커로 활용해 말까지 하게 한다는 것.
『「6백만 불의 사나이」가 처음에 테니스 공을 터뜨리면서 손 감각을 익히는 것을 보았죠. 공이 터지는 순간 압전 세라믹에 측정된 압력과 전류 치를 비교해 적응하는 행동이죠.』
「미래의 한국과학자」(?)란 연구소 표어를 뒤로하고 있는 윤 연구원은 영화가 아닌 실제로「6백만 불의 사나이」를 만든다면 촉각기능은 압전 세라믹 센서를 이용해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 분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세라믹 대학」을 독립적으로 설립하고 있다.
연구소 전체적으로 투자가 엄청나다는 소문에 걸맞게 정부출연 연구소조차 꿈꾸지 못할 정도로 연구원들 한사람마다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방이 따로 있으며 , 방마다 책장·사물함뿐 아니라 컴퓨터까지 불편하지 않게 갖추고 있다.
『과기처가 후원하는「장영실 상」도 받기를 희망합니다.』
자체적으로 제작한 세라믹 스피커를 통해 슈베르트의『숭어』를 듣고있던 김 실장은 연구실 벽에 가득 걸려있는 소장·포항제철 사장·회장 상장들을 가리키며 밝게 웃었다.
【포항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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