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서 서식상태 조사|미 생물학자 핼보슨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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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장수와 행운을 상징하는 두루미는 한국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새입니다. 겨울이면 한국을 찾아와 머무르고 가는 세계 희귀조를 보호하는 것은 한국인의 기쁨이요, 의무입니다』한국에서의 두루미 서식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조사 및 자료수집을 하고있는 미국의 생물학자 커티스 핼보슨씨(62).
35년간 미국 내무부산하 야생동식물 보호기관에서 일해왔으며 현재 국제 두루미재단의 회원이기도 한 그는『비무장지대 등을 주요서식지로 하는 두루미를 보호하는 법을 남북한이 함께 제정하고 그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홍보할 때가 왔다』고 말한다.
그의 체류목적과 최대관심사는 남북교류가 확대돼 비무장지대 주변의 공동 개발계획이 구체화되기 전에 두루미 보호구역을 법으로 정해 이들을 보호하는데 만전을 기하자는 것이다. 또 학생들의 교과과정에 이 같은 동식물 보호 관련내용을 삽입해 자연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을 높이자는 것이다.
현존하는 15종의 두루미 중 그가 지칭하는 두루미는 일명 빨간 머리 두루미. 한국에는 1백여 마리가 10월∼3월 사이 머무르다 중국 쪽으로 떠나가는데 흰색과 검은 털이 조화된 몸체에 머리에 빨간 부분이 선명해 아름다우며 키는 1m 50㎝에 날개를 펴면 깃의 폭이 3m나 된다.
세계적으로는 중국과 일본을 합쳐 총1천 1백여 마리.
그가 두루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때인 53년 1월. 15개월 동안 철원지역에서 근무했던 그는 전쟁터를 우아한 자태로 비상하는 두루미의 아름다움에 심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그는 귀국후 대학원에서 야생 동식물관리학을 공부한 환경보호론 자다.
지난해 은퇴한 후 국제두루미재단으로부터 한국의 두루미조사를 의뢰 받은 후 그는 옛날 그가 본 두루미를 떠올리며 말년을 두루미 연구와 보호에 바치기로 마음을 정했다는 것이다.
역시 생물학자인 푸란 캘리어씨(43)와 동행한 그는 그 동안 한국의 관련 학자들을 만나 이 같은 일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으며 철원지역 등을 찾아 두루미의 서식상태를 조사해왔다.
그는 앞으로 20여 일간 더 머무르면서 국토통일원·교육부·문화부 등을 찾아가 자신의 뜻을 전할 생각이며 기금이 확보되는 대로 북한도 방문할 계획이다.
그는『자연환경보호에는 정부와 기업·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야한다』며 멸종위기에 있는 두루미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촉구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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