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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꽃불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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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Canon EOS-1Ds MarkⅡ 70-200mm f11 1/60초 ISO 100

산허리를 끼고 도는 해안도로를 따라 남해 상주를 지나는데 먼발치 비탈에 샛노란 빛이 아롱거립니다. 마치 꽃불이 번져 타오르듯 환합니다. 한달음에 달려가 보니 온통 유채입니다. 바다로 내려가는 길목의 다랑논마다 올망졸망 꽃을 터트린 유채가 산들바람에 꽃물결을 이루었습니다. 가느다랗고 긴 뱀을 닮은 싱배미며, 장구를 쏙 빼다박은 장구배미, 손바닥만큼 작다는 삿갓배미, 논배미란 논배미는 죄다 새 단장을 했으니 꽃 천지가 바로 여긴가 싶습니다.

샛노랗다 못해 눈 시린 꽃 세상은 남해 상주의 두모 마을입니다. 두모란 이름은 궁궐 처마 아래에 물을 담아두는 독을 뜻하는 드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유채 꽃길을 따라 내려가니 마을이 드므처럼 앞바다를 가득 품었습니다. 꽃이 마을을 보듬고 또 그 마을이 바다를 아늑하게 품었습니다.

샛노란 '꽃 대궐 차린' 드므개 사람들이 이번 주말(4월 15일) '유채꽃 필 무렵 개매기 축제(du-mo.co.kr)'를 마련합니다. "남해 상주라 카면 바다가 아름답기로 유명하지예. 게다가 유채꽃까지 만발했으니 이게 바로 금상첨화지요. 유채꽃 가족사진촬영 행사는 물론 앞바다를 그물로 막아 맨손으로 고기를 잡는 개매기 행사도 준비했습니더. 우리나라에서 이만한 데는 없을 낍니더. 그라고 이게 끝이 아입니더. 가을이면 메밀꽃이 활짝 필깁니더. FTA니 농촌의 고령화니 해도 우리 마을은 까딱없을 꺼라예." 쉰을 갓 넘겨 마을에서 젊은이로 대우받는다는 배귀준 이장의 품은 속뜻도 유채꽃처럼 곱디곱습니다.

구불구불한 논두렁을 사진으로 표현하려면 역광을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빛을 받은 유채와 받지 못한 논두렁이 서로 대비돼 구분이 확실해집니다. 대부분 역광 사진을 어려워합니다만, 렌즈에 빛이 직접 닿지 않게만 조심하면 됩니다. 우산을 한번 이용해 보세요. 카메라에 우산을 씌우면 역광쯤은 간단히 차단할 수 있습니다.

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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