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뺑소니 차 뒤쫓겠습니까"|선행 베풀고 혜택 못 받은 기사들 항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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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앞으로 어느 택시기사가 뺑소니차를 추적해 붙잡겠습니까. 누가 인신매매 범과 격투를 벌이며 부녀자를 보호하겠습니까』
서울시가 92년 개인택시 면허발급순위를 정하면서 뺑소니차량검거 운전사에게 주어온 특별점수가산혜택을 없애는 바람에 개인택시면허발급대상에서 탈락한 유재흥씨(32·서울 하계동)등 50여명의 회사택시기사들의 한결같은 항변이다.
이들 대부분은 뺑소니차량을 추적, 격투까지 벌이며 뺑소니운전사를 붙잡아 경찰에 넘긴 모범 운전자들.
그러나 서울시는 이들을 표창하는 주체가 내무부장관이 아닌 경찰청장이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특별점수가산혜택을 주는 대상에서 제외시켜 운전기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7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인택시 면허발급 우선 순위 규정은 각종선행을 베물어 대통령·국무총리·내무부장관·교통부장관 표창 등을 받은 운전기사는 특별점수를 주어 우선 면허를 받을 수 있는 특혜를 부여토록 하고있으며 뺑소니차량검거 운전기사들에게 내무부 장관 표창이 주어지기 때문에 유씨 등은 당연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찰청이 내무부로부터 독립한 지난해 7월 이후 뺑소니차량 검거기사 표창의 주체가 내무부장관이 아닌 경찰청장으로 바뀌면서 유씨 등은 혜택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는 서울시가 올해 개인택시면허 발급순위를 정하면서 표창의 주체만 바뀌었을 뿐 선행의 성격은 같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선행기사에 대한 특별점수 부여대상을 대통령·국무총리·내무부장관·교통부 장관 표창자에 국한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찰청 측은 지난해말 이 같은 항의사태가 있을 것을 예견, 서울시 등 각시·도에 뺑소니차량검거 기사에게는 내무부장관표창이 아닌 경찰청장 표창이 주어지므로 개인택시면허 특별점수에 이를 반영해줄 것을 요청, 다른 시·도는 이를 모두 수용했으나 서울시만 받아들이지 않아 항의사태가 잇따르고있다.
유씨는 90년 11월 밤 청량리에서 중앙선을 침범, 오토바이를 치고 달아나는 승용차를 1km 추격, 범인을 격투 끝에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개인택시면허를 따야겠다는 욕심보다도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의무를 다한다는 생각으로 범인을 뒤쫓아 격투까지 벌여가며 붙잡았습니다. 그러나 표창의 주체가 장관에서 경찰청장으로 격하되었다는 이유 때문에 탈락됐다니 분통이 터지더군요』
유씨는『5년 무사고 경력에 표창으로 인한 특별점수를 합하면 올해는 가장 큰 소원이었던 개인택시면허를 딸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는데 물거품이 돼버렸다』며『이같이 경직된 제도하에서 앞으로 누가 자신을 희생해가며 뺑소니차를 뒤쫓겠느냐』고 항변했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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