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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사임/카라바흐 유혈사태 인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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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항의 시위 잇따르자 야 압력에 밀려
【바쿠 AP·이타르­타스=연합】 아야스 무탈리보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53)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주 유혈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6일 전격 사임했다.
무탈리보프 대통령은 현지 민족주의 세력이 그가 물러나지 않을 경우 「결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2만여 군중이 이날 이틀째 최고회의 건물을 에워싸고 사임촉구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최고회의에 출석,연설을 통해 사임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아제르바이잔군은 탱크등 중무기를 동원,카라바흐 자치주내 아르메니아 거점도시들을 일제히 공격,최소 27명이 사망하는 치열한 전투가 재개된 것으로 전해져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탈리보프 대통령은 이날 최고회의 이틀째 회의에서 자신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사태처리에서 과오를 범했다고 인정하면서 『인민들이 더이상 피를 흘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대통령직을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그의 사임이 발표되자 의사당 건물을 에워싸고 있던 군중들은 「자유」를 외치며 환호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사태에 강경 대처할 것을 촉구해온 인민전선은 무탈리보프 대통령이 사태를 우유부단하게 처리해 왔다고 비난했다.
최고회의는 6일 후임 대통령 선출문제를 논의한데 이어 10일 다시 회의를 속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인민전선은 여야대의원 25명씩 참여하는 50인 국가평의회 구성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제르바이잔군은 이날 무탈리보프 대통령이 사임한 것과 때를 같이해 카잔치등 나고르노­카라바흐내 아르메니아인 거점들을 일제히 공격함으로써 아르메니아측과 치열한 전투가 재개됐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아제르바이잔 최고의회는 현 내각을 해산하고 하산 하사노프 총리에게 10일이내 새 내각을 구성하도록 했다고 아제르바이잔 라디오방송이 6일 보도했다.
◎전면전 부르짖는 민족주의 우세/사태수습보다는 악화될 우려 커(해설)
아야스 무탈리보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6일 야당압력에 밀려 전격 사임함으로써 나고르노­카라바흐자치주를 둘러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5년째 분규가 최악의 위기를 맞게됐다.
지난해 9월 민선대통령이 된 무탈리보프는 전력상 절대우세에도 불구,최근 1개월여동안 아르메니아측 공세에 아제르바이잔군이 계속 밀리면서 아제르바이잔 인민전선등 야당 및 민족주의세력들로부터 간단없는 사임압력을 받아왔다.
특히 아제르바이잔 인민전선은 카라바흐사태와 관련,5일부터 열린 최고회의 비상회의와 때맞춰 2만여명의 추종세력을 동원,의사당을 에워싸고 장외투쟁까지 병행하는등 반무탈리보프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인민전선은 이미 지난달 18일 무탈리보프 대통령이 비공개최고회의에서 내놓은 카라바흐평화안을 거부,무탈리보프 대통령의 입지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바 있다.
이에 따라 무탈리보프 대통령은 예비군총동원령을 내리는등 아르메니아와의 일전을 통해 입지회복을 노렸으나 오히려 지난달 26일 카라바흐내 아제르바이잔측 최후보루 호잘리마저 함락당하고 말았다. 호잘리전투에서 최소 1천명이 숨지고 4천여명의 실종자·이재민(아제르바이잔측 주장)이 발생하면서 국민여론이 완전히 등을 돌려 그의 사임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었다.
그러나 무탈리보프 대통령의 사임은 사태의 해결보다는 악화를 불러올 공산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구아제르바이잔공산당 제1서기출신의 무탈리보프가 그동안 유엔 개입을 호소하는등 평화해결의지를 갖고있었던데 반해 이번에 대세를 장악한 인민전선은 철두철미한 민족주의자들로서 진작부터 대아르메니아전면전을 부르짖어왔기 때문이다.
양국분쟁은 민족분규에 더해 기독교도(아르메니아)와 회교도(아제르바이잔)간 종교분쟁성격까지 띠고 있어 출범 초기부터 기독교와 회교권으로 나뉘어 불협화음을 빚어왔던 독립국가연합(CIS)의 해체를 결정적으로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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