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 전곡 연주회로 "봄 기지개"|이경숙·박은희·김기순씨 등 잇따라 발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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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특정 작곡가의 작품, 또는 어느 악기를 위한 독주곡·협주곡·실내악곡 등 같은 분야의 음악들을 집중적으로 발표하는 전곡 연주회가 나날이 활기를 띠고 있다.
올 봄만 해도 피아니스트 박은희씨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박준상씨의 『아리랑 변주곡』전곡 연주회(3월9일·호암아트홀)를 여는데 이어 플루티스트 김부정씨가 바흐의 플루트 소나타전곡 연주 시리즈(3월13, 20일·예음홀)를 펼칠 예정. 또 한국 페스티벌 앙상블은 슈만의 실내악곡·가곡으로 꾸미는 「슈만 축제」(3월16∼21일·한국페스티벌 앙상블홀)를 연다.
피아니스트 이경숙씨는 지난해 프로코피예프 탄생 1백주년을 맞아 시작한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전곡 연주 시리즈(4월23일·예음홀, 6월26일·연세대 1백 주년 기념관)를 계속하며 피아니스트 문용희씨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연주(5월28일부터 93년까지 6회)에 도전한다.
세계적으로는 1829년 베를린 징 아카데미가 멘델스존의 지휘로 바흐의 『마태수난곡』, 오르간 음악 전곡을 연주한 이래 어느 작곡가의 작품들만 집중적으로 연구·발표하는 작업이 계속돼 왔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 말 이순열씨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것이 처음이나 전곡 연주가 좀더 폭넓은 관심을 모으게된 것은 1980년대 후반.
바이얼리니스트 정찬우·피아니스트 신수정씨의 베토벤 바이얼린 소나타 및 브람스 바이얼린 소나타 전곡 연주(87년), 첼리스트 이종영·피아니스트 신명원씨의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 연주(88년), 첼리스트 홍성은씨의 바흐 무반주 첼로조곡전곡 연주(89년) 등이 이어졌다.
모차르트 서거 2백 주기였던 91년에는 피아노·바이얼린·실내악 및 교향곡 등 여러 분야의 모차르트 음악 전곡 연주 시리즈가 잇따라 열렸다.
이 같은 전곡 연주회는 평소연주프로그램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음악까지 포함해 종합적·체계적으로 해석, 연주함으로써 창작 당서의 사상·풍조, 작곡가의 철학·기법 변화 등을 알아보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철저한 분석·학술적 연구가 필요하며 그냥 듣고 즐기는 음악회가 아니라 생각도 하게 만드는 음악회가 되어야 원래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외국의 경우전곡 연주회와 함께 그 작품에 대한 세미나를 연다든지, 작품·작가에 대해 매우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 공연 안내물을 만들고 악보 전집을 출판하는 등의 작업을 곁들이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연주에만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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