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아동의 불만(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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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국민학교 취학어린이들이 학교라는 사회에 대해 갖게되는 첫 감정은 무엇일까.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을 시작하게 됐다는 즐거움이 앞서겠지만 그와 함께 뭔가 아쉽고 모자라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교실난등 학교시설의 부족과 남녀의 숫자가 점점 더 현격한 차이를 보여 이성의 「짝」을 찾을 수 없다는 것 따위가 취학어린이들을 불만스럽게 할 것 같다.
실제로 슬하에 국민학교 입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글을 보면 그런 대목이 곧잘 나타난다.
한 어머니는 국민학교에 갓 입학한 아들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지 며칠도 안돼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해 이유를 물었더니 『남들은 다 여자애들이 짝인데 왜 나만 남자아이와 짝을 지었느냐』고 툴툴거리더라는 것이다.
또 한 어머니는 다소 비만한 아들아이가 책·걸상이 몸에 맞지 않아 고통을 겪고 있는데 학교측은 이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호소한다.
사소한 지역적인 문제가 될는지는 몰라도 당사자인 취학어린이들과 그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하기야 남학생수보다 여학생수가 월등히 적은 현상은 인위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매년 여학생 1백명당 남학생 1명꼴로 격차를 보여 금년 경우는 남학생이 1백10명이라고 한다. 특히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그 격차가 벌어져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는 여학생 1백명당 남학생이 1백14∼15명선에 이른다.
한 여교사는 이성의 짝을 맺어주지 못한 남자어린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역시 학교시설의 부족이다. 농촌인구의 감소,도시인구의 증가로 도시 국민학교의 교실난이 점점 더 가중됨으로써 학급당 학생수가 50명에 육박하고 있다.
선진국들에 비하면 1.5배에서 2배까지 되는 숫자니 교실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 올바른 국민학교 교육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열악하고 불만스러운 학교생활을 거친 어린이들이 성장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는지 생각해 보자.<정규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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