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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성 천식 "숨겨온 질환…예방·치료책 시급"|의학계, 「직업성 천식 연구회」창립대회서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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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공장·탄광·폐석장 등은 물론 쌀가게·제과점·한약상 등에서도 직업성 천식이 나타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최근 특수한 분야 뿐 아니라 일반 작업장에서도 쉽게 발병할 수 있으면서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직업성 천식에 대한 진단과 치료·예방을 주도하고 대책을 연구해야한다는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라마다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직업성 천식연구회」창립대회는 직업병에 대한 의학계의 새로운 인식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이날 대회에서 발기인 대표인 김유영 교수(서울대의대·내과)는 「창립취지문」에서 직업성천식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와 정부와 기업의 적절한 대책을 촉구했다.
직업성 천식은 각종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작업장에서 노출되는 먼지·가스·증기·연무(연기와 안개) 등 때문에 기관지 과민성을 일으켜 기관지에 천식이 나타나는 것. 심한 기침과 가래가 동반되면서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가슴 속에서 가랑가랑하는 소리가 들리는 발작적인 호흡기 질환이다.
김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는 도금공장의 니켈·아연 천식 등 중금속 천식 뿐 아니라 쌀가게의 쌀겨 천식, 제과점의 밀가루 천식 등 2백여종의 원인물질에 의한 천식이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산업화의 가속화로 직업성 천식의 원인물질은 계속 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이미 직업성 천식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의학계는 물론 산업계에서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업성 천식은 작업장에서 원인물질에 노출된 뒤 1시간 이내에 즉시 증상이 나타나 원인규명이 쉬운 경우도 있으나 수개월, 수년이 지나 발생해 직업성질환의 연관성을 증명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특히 직업성 천식은 작업환경으로 오는 질환이기 때문에 최선의 치료는 근무지를 이동하는 등 원인물질을 피하는 것인데 이는 환자에게는 실직, 경영주에게는 보상이라는 문제를 야기 시키기 때문에 양쪽 모두노출을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따라서 『이런 직업병에 대해 산재보험 등의 혜택과 함께 예방과 보상을 위해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법적·제도적인 직업병 관리기준이 확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근로자가 증세를 보이고 있는 질환과 직업과의 연관성을 증명하는 것.
이날 창립대회에서 홍천수 교수(연세대의대·내과)는 『우선 근로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기관지 천식인지 확인한 뒤 원래 가지고 있던 천식이 악화된 것이 아닌 작업환경으로 나타난 새로운 천식인지를 규명해야만 한다』며 『앞으로 이를 위해 직업성 천식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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