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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숙청 인사 가족들 한 풀어줄 터"|재소 고려인 유가족 후원회 회장 정상진씨 사무국장 장학봉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북한에서 숙청된 「소련파」 인사들에 대한 생사 여부와 숙청 이유 조사 문제를 국제 인권 옹호 한국 연맹과 협의하기 위해 왔습니다.』
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한 재소 고려인 유가족 후원회 회장 정상진씨 (74·일명 정률·전 북한 문화성 부상·카자흐 수도 알마아타 거주)와 사무국장 장학봉씨 (73·전 북한 인민군 정치군관학교장·우즈베크 수도 타슈켄트 거주)는 『인권 문제는 이데올로기 차원이 아닌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라며 40여년 동안 부모 형제의 생사를 몰라 애태우고 있는 재소 고려인 가족들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당정 고위직을 지내다 숙청된 「소련파」 인사 45명에 대한 생사 여부와 숙청 이유 등을 조사해 달라는 청원서를 지난해 11월 국제 인권 옹호 한국 연맹 (회장 김연준)과 공동으로 유엔 인권 위원회·국제 사면 위원회·국제 적십자 등에 제출 (중앙일보 91년11월16일 1, 3면 보도)한 정 회장은 『최근 이들 국제 인권 단체들이 이 청원서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회신과 함께 상세한 자료와 정보 등을 보내줄 것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10여일 동안 서울에 체류할 예정인 정 회장 등은 『페테르부르크에 사는 전 북한 내무성부상 강상호씨, 타슈겐트의 전 북한 인민군 작전 국장 유성철씨, 하바로프스크의 전 북한 방송 위원회 위원장 남봉식씨 등 후원회 부회장들이 그동안 수집한 숙청된 인사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자료와 실상 등을 국제 인권 옹호 한국 연맹의 협조를 얻어 영문으로 번역·정리해 유엔 인권위 등 국제 인권 단체에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조사 결과 숙청된 인사 또는 가족들 대부분이 적법한 재판 절차 없이 ▲비밀리에 처형됐거나 ▲오지의 협동 농장 등에 강제 수용된 후 병사 또는 자살로 위장돼 죽었고 ▲특수 기관 요원들에게 체포된 후 행방 불명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국제 인권 단체와 유가족 후원회·국제 인권 옹호 한국 연맹 등이 공동으로 독립 국가 연합 전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가족들과 북조선에서 활동하다 숙청돼 망명 또는 자진 귀환한 인사들을 만나 더욱 구체적인 숙청 실상 등을 조사한 뒤 평양에도 조사단을 보내자는 건의서를 이들 인권 단체에 보낼 방침』이라고 했다.
한편 국제 인권 옹호 한국 연맹 강승희 상임 위원은 『유엔 인권위와 국제 사면위 등에 이어 최근 국제적십자사에서도 북한에서 숙청된 소련파 인사들에 대한 청원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신임 동아시아 지역 대표 크리스토퍼 스윈나르스키씨가 3월중 서울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는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김국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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