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절도냐 협박범죄냐… /검사집 도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증인 회칼소포」도 닮은점/이창렬씨 구형앞둬 “조직범 음모” 여부주목
국과수 문서감정 의혹사건과 관련,화제가 됐던 전 민자당 중앙위 부의장 이창렬 피고인(59)을 구속기소한 서울지검 김수남 검사(33)집 도난사건은 수사가 진행되면서 단순절도보다는 사건처리에 불만을 품은 협박사건일 가능성이 높아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은 당초 이 사건을 단순절도로 보고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의문점들이 꼬리를 물자 수사방향을 협박범행쪽으로 돌려 재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이피고인의 1심구속만기일인 3월 중순이전에 구형공판이 열리게 되며 ▲이피고인의 구속에 결정적인 진술을 한 조모씨(37) 앞으로도 넥타이를 감은 생선회칼이 우송됐던 점 ▲이피고인측이 검찰수사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해왔고 ▲평소 이 사건이 조직폭력배와 얽혀 있었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 절도를 위장한 협박사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
특히 현장을 둘러본 수사관들은 직감적으로 단순절도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검사와 함께있다 김검사의 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같이 현장에 갔던 검찰수사관에 따르면 우선 과도가 안방 이불밑에 놓여있는 것을 보는 순간 모두 섬뜩했다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피고인 사건의 구형을 목전에 둔 김검사에 대한 무언의 협박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고 했다.
김검사는 법관에서 전관한지 얼마안된데다 이피고인사건의 수사검사였다는 이유로 국과수 감정의혹수사도 맡지않아 이피고인사건이 김검사가 처리한 거의 유일한 사건이었기 때문.
범인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샅샅이 뒤진듯 집안을 마구 흐트려 놓았으나 지문등 흔적은 전혀 남기지 않았고 없어진 것은 무스탕점퍼와 녹음전화기·카메라 뿐이었다.
특히 값나가는 비디오세트나 도자기 등은 그대로 남아있었으며 손쉽게 호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손목시계도 가져가지 않아 금품을 노린 절도가 아니란 것을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수사관들은 녹음전화기·카메라 등은 그속에서 혹시 김검사의 약점을 찾아낼지 모르는데다 녹음내용·사진 등을 첨가시켜 협박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져간 것으로 추정했다.
수사관들을 더욱 긴장시킨 것은 복도쪽 창문의 방범용 새시를 절단,가로 50㎝·세로 17㎝쯤 크기로 침입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 이 틈새로 정상인은 도저히 들어갈 수 없고 왜소한 몸매의 어린이나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문틀에는 먼지가 그대로 쌓여있고 사람이 들어가려한 흔적이 전혀 없어 한눈에 침입흔적을 위장한 것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고층아파트의 14층으로 다른 침입로가 없는데다 출입문쪽에는 뜯은 흔적이 없어 검·경찰은 범인들이 출입문열쇠·보조열쇠를 모두 복제해 집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치밀하게 사전준비가 된 범죄로 단정,범행동기·목적부분이 사건해결의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오영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