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Family건강] "수혈받는 만성 혈액질환자 철 축적돼 장기 훼손될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재생불량성 빈혈이나 골수이형성증후군과 같은 만성 혈액질환자는 다른 사람의 혈액을 계속 수혈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반복 수혈로 인한 '철중독증' 부작용이죠. 다른 사람의 혈액에 들어있는 철이 배출되지 않고 장기에 축적됩니다. '데페라시록스(상품명 엑스자이드)'는 이런 환자의 몸에서 철을 제거해주는 철중독증 치료제입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샤레제덱 메디컬 센터 차임 헤르스코(사진)박사가 국내 심포지엄에 초청 연사로 내한했다. 그는 300여 편의 관련 논문과 6권의 책을 쓴 철 중독증의 세계적인 권위자.

철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여성의 경우 ㎏당 40㎎, 남성은 50㎎이 필요하며, 매일 부족한 만큼 음식을 통해 공급받는다. 그러나 수혈팩 1개엔 200~250㎎의 철이 들어있어 과잉 축적이 불가피해진다. 철이 심장.췌장.간.갑상선 등 각종 장기에 축적되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화나 심부전 등이 그것이다. 데페라시록스는 몸 안에서 철과 결합, 체외로 배출된다.

"철중독을 치료하는 약은 1960년대 초 개발됐습니다. 하지만 시술받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지요. 주 5회 8~12시간 펌프로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이후 먹는 약이 개발되긴 했지만 독성이 강해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엑스자이드는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약. 2년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통과하고, 국내에선 지난해 시판허가를 받았다. 최근엔 건강보험 적용 대상 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국내에선 5000여 명의 재생불량성 빈혈환자와 2000여 명의 골수이형성증 환자가 투여 대상이다.

"재생불량성 빈혈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대에 분포돼 있지만 골수이형성증 환자는 60대 이상 노인에게 많습니다. 혈액암의 전단계라고 할 수 있는 골수이형성증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환자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약의 부작용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헤르스코 박사의 설명.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기 2년 전부터 1000명에게 임상시험을 했고, 지금까지 1만3000여 명이 복용하고 있습니다. 10% 정도에서 콩팥기능의 지표가 되는 크레아티닌 수치가 올라가거나, 간 효소가 증가하는 문제가 있지만 이는 조기 검사를 통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피부발진이나 구역과 같은 가벼운 트러블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