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섞인 가래-도움말 유세화교수<고대병원·내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문>31세의 직장남성이다.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도 최근 며칠 사이에 기침이 많아지고 가래가 나온다. 특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목이 답답해 가래를 뱉게되는데 이때 약간의 피까지 섞여 나온다. 또 저녁때만 되면 목이 근질근질해져 기침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폐암이나 폐결핵 같은 위중한 폐질환은 아닌지.

<답>기침·가래·각혈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우선 이 같은 증세가 최근 며칠 혹은 몇 주 사이에 크게 악화되고 있는지, 아닌지가 진단의 큰 기준이 된다. 기침·가래·각혈은 가볍게는 급성기관지염에서 중하게는 폐암까지 공통된 증상이기 때문이다. 질문자의 경우 나이가 젊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급성기관지염일 확률이 높다. 급성기관지염은 감기 뒤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질문자도 기침·가래 등의 증상이 있기 전 감기에 걸렸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감기가 끝나면서 목으로 염증이 집약되기 때문이다. 질문자는 각혈이 특히 걱정이 될텐데 각혈은 급성기관지염에 걸렸을 때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그러나 기관지염에 걸렸을 때와 폐결핵 등이 있을 때의 각혈은 상당히 다른 형태다. 급성기관지염 등에 의한 각혈은 누런 가래사이에 피가 균일하지 않고 그리 선명하지 않은 색으로 나타나지만 폐결핵 등에서는 피가 흰 색깔의 점액성가래에 균일하게 섞여 선홍색으로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급성기관지염은 대개 2주안에 증상이 크게 완화된다. 기침을 막기 위해서는 진해제를 쓰며 가래가 특히 누렇다면 세균감염이 우려되므로 항생제를 같이 투여한다.
질문자의 경우 특히 밤에 목이 근질근질하다 했는데 우리 몸의 기도는 24시간을 기준으로 주기성이 있어 밤사이에서 새벽녘까지 특히 과민해진다.
급성기관지염은 큰 치료 없이 잘 낫지만 때로는 악화돼 폐렴이 될 수 있으므로 무조건 안심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기관지염이 폐까지 번지면 열이 나고 숨이 차마 전신에 쇠약감이 동반된다. 또 땀이 나고 가래의 양도 기관지염과는 달리 크게 증가한다.
폐렴으로까지 번지면 입원치료를 받아야한다. 질문자정도의 증상이라면 가까운 병원에 들러 문진과 청진만으로도 쉽게 확진할 수 있을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