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구소 희비 갈려 한일 중국 황색동풍-겨울 올림픽 판도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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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독일이 종합우승을 차지한 제16회 알베르빌 겨울올림픽은 앞으로 기존의 세력판도에 변화를 예고했다.
옛 소련이 정치적 격변속에 EUN의 이름으로 출전, 88년 캘거리대회 우승의 자리를 통일독일에 넘겨줬는가 하면 한국을 필두로 한 일본·중국이 일으킨 황색돌풍은 이변에 가까운
것이었다.
옛 소련은 지난 대회까지 모두 7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겨울 올림픽을 자신들의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으나 올해는 금10, 은10, 동6개를 따낸 통일독일에 금메달1개 차로 뒤져(금9, 은6, 동8)앞으로의 위상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같은 현상은 발트3국의 정치적 독립에 이어 11개 공화국 중 5개 공화국 선수들만 단일 팀으로 참가, 객관적인 전력이 약화 된데서 비롯됐다.
그렇다고 독일의 독주를 쉽게 낙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 왜냐하면 통일 후 첫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독일은 금메달 10개중 루지와 바이애슬론을 제외한 8개를 동독출신 선수들이 따내는 심한 편중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주도하의 동독 엘리트체육이 낳은 결과로 앞으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이 없어져 다음대회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릴지 자못 궁금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난 대회 은메달 3개와 동메달 2개로 종합12위에 그친 노르웨이가 크로스컨트리 남자 전 종목을 휩쓸며 종합3위(금9, 은6, 동5)로 오르는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 2년 후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릴리하머올림픽에서는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게됐다. 따라서 앞으로 겨울올림픽은 더욱 재미있는 양상을 보이게 됐다.
한편 아시아권이 만들어낸 황색돌풍도 이에 못지 않은, 가외 변혁적인 것이었다.
이번 대회 이전까지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한 한국이 일약 금메달 2개를 기록하며 10위 권에 진입했으며 일본(금1, 은2, 동4)과 중국(은3)도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며 각각11위와 15위에 랭크, 더 이상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들러리로만 여겨지지 않게 됐다.
특히 김기훈은 이번 대회 개인종목에서 유일하게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쇼트트랙2관 왕에 올라 세계적인 스타 대열에 들었고 김윤만은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1천m에 독일의 진케에 0초01뒤지며 준우승했다.
일본도 20년만에 남자노르딕 복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것을 비롯, 이토 미도리가 여자피겨 싱글에서 은메달을 차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더욱이 피겨 우승자 크리스티 야마구치(20)도 일본계 미국인으로 백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피겨 종목의 인식을 새롭게 했다.
또 중국의 예차보(27)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백m, 1천m에서 잇따라 보니 블레어(미국)에게 간발의 차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등장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쇼트트랙 4개 종목 12개 메달 중 절반인 6개의메달을 차지, 이 종목에서 강세를 보였다. 【알베르빌=김인곤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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