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돈/중개어음 투자 인기/꺾기단속 여파 양도성예금등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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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액으론 채권저축이 수익률 으뜸
작년 여름이후 부동산등 실물경기가 고개를 숙이고 고금리에 대한 당국의 처방이 강화되면서 「돈 몰리는 곳」의 순위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동안 고수익상품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유통시장에서의 양도성예금증서(CD)」가 꺾기단속의 여파로 거의 유명무실해졌고,제2금융권시장의 간판상품이던 어음관리구좌(CMA)도 많이 퇴색했다.
관계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진정세와 함께 미술품등 실물자산의 인기도 최근 퇴조하는 기미가 뚜렷하다고 말한다.
대신 최근 개인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투자수단으로는 우선 단자사의 중개어음을 꼽을 수 있다. 중개어음은 단자회사가 대기업체의 어음(금융기관 보증없이 자체신용으로 발행된 것)을 고객에게 연결시켜주는 것인데 작년 8월 도입됐었다. 초기에는 법인이나 기관들만 살 수 있었으나 지난해 11월21일 1단계 금리자유화조치와 함께 일반개인에게도 매입이 허용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여유자금을 시중실세 금리대로 단기간에(보통 6개월내)굴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데 요즘도 하루 평균 3백억원이상씩의 새로운 자금이 몰려들고 있어 총거래규모가 지난 12일로 3조원을 넘어섰다.
금리가 작년 12월엔 연 19.6%까지 올라갔고 올들어 실세금리하락에 영향받아 지금은 17.5%선에 있다. 최소 매입단위가 1억원인데도 이처럼 돈이 몰리는 것을 보면,비록 서민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지만 요즘 이른바 「개인여유자금」이라는 돈들이 중심이 된 단기 뭉칫돈들이 어느 정도의 규모며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를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중개어음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서울 명동을 중심으로한 사채시장의 자금이 이쪽으로 유입돼 기업자금수요가 적은 계절적 요인과 겹쳐 요즘 사채시장도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소한 1억원이상이 있어야 얼굴을 내밀 수 있는 중개어음과 달리,적은 돈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는 증권사의 소액채권저축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 6월말 8천억원남짓했던 이 저축은 작년 11월부터 세금우대(이자소득세가 5%)한도가 종전 8백만원에서 1천2백만원으로 확대됨에 따라 작년말 1조5천3백18억원으로 2배정도 증가한후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마다 수익률이 조금씩 다른데 동서증권의 경우 현재 수익률이 16%에 이른다.
투신사의 공·사채형 상품에도 꾸준히 돈이 몰리고 있다. 저축규모가 작년 하반기 6개월동안 2조7천억원이상 늘었으며 올들어 다시 1조3천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한국투신의 「석류 단위형 공·사채저축」의 최근 수익률은 19.5%에 달하고 있다.
증권업협회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인이 5백만원이하의 소액자금으로 증권사 창구를 통해 매입한 채권이 1조2천4백억원으로 전년(3천61억원)의 4배에 달했다.
은행상품은 여전히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금리수준이 전반적으로 낮긴 하지만 그중 신탁상품은 나름대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가계금전신탁의 경우 올들어 2천3백억원이 증가,현재 수탁고가 8조원대에 들어섰는데 수익률은 13.48%수준(신탁은행기준). 퇴직이후를 대비하는 추세를 반영,노후생활연금신탁(신탁은행의 경우 현재 수익률 16.5%)도 작년 하반기이후 급증해 올 1월말까지 7천5백억원이상이 늘어 잔고가 1조원선을 넘어섰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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