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이 최우선 과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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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학입시로 인한 잘못된 교육체계와 산업현장의 기술인력 부족현상을 함께 치유하는 방안이 직업교육의 활성화 정책이었다. 그 정책의 구체적 표현이 현재의 인문고 대 실업고의 66대 34의 비율을 50대 50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이 발표된지 이미 1년이 지났지만 공업고에 진학코자 해도 수용능력이 모자라 탈락하고,인문고의 직업교육 희망생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배울 장소가 없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중앙일보의 교육기획 연재물인 「벼랑에선 교육」(2월19일자)에서 제기하자 교육부는 서둘러 직업학교 확충계획을 발표했다.
지적된 문제에 대해 즉각적인 개선책을 제시한 교육부의 자세는 높이 살만한 일이지만,산업화 시대의 절실한 교육개혁이라 할수 있는 중요 사안에 대해 그동안 정부 스스로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먼저 인문고의 수를 줄이고 실업고비율을 높이자는 계획은 산술적 균형을 넘어서는 우리 교육의 병폐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대개혁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인문고 졸업생 50만명중 절반가량인 20여만 젊은이가 진학도 취업도 못하는 왜곡된 교육체계를 고치기위한 절실한 교육개혁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정책 수립을 해야 했다.
이를 위해선 대학진학이 아닌 직업교육이 어쩔수 없는 「막다른 선택」이 아니라 본인이 즐겨 선택한 길이 되게끔 치밀한 진로교육이 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직업교육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충분한 실습현장을 제공하고 우수한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그다음 그렇게 선택한 직업교육이 결코 불리한 선택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사회·경제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통념과 기업의 현실이 이를 보장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통념이 단시일내에 바뀌어지기는 어렵다. 어려운만큼 이를 추진하는 쪽에서도 비장한 각오와 투철한 사명감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실업고 증설의 시행 첫해인 지난 한햇동안 외형상의 목표량은 90% 달성했다고는 하지만 정작 중요한 공업고 증설은 절반을 약간 넘는 실적에 그치고 있다. 또 인문고생의 직업훈련도 막상 시설을 확충한다고 발표는 했지만 구체적 실천이 어떻게 나타날지도 아직은 의문이다.
국민학교 4학년부터 직업교육을 선택하는 독일의 직업교육이나 중학 졸업생의 70%가 직업계 고교를 택하게 되는 대만의 직업교육등이 산업화 시대의 교육방향을 제시하는 우리의 모범이 될수 있다. 우리의 경우 산업대·전문대·기술대를 중시하는 바람이 뒤늦게나마 불고 있지만 이젠 이 바람을 대학쪽에만 국한시킬게 아니라 중등교육에서 불게해야 한다.
직업교육의 활성화 정책이 교육과 산업체 현장의 병폐를 치유하는 산업화시대의 교육개혁이라는 대전제아래 정책의 추진에서나 이를 뒷받침할 예산지원이 최우선적으로 추진되고 배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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