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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자율' 두 학자의 소신과 변신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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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국 200개 4년제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13대 회장으로 취임하는 자리에서다. 노무현 대통령이 교육방송(EBS)에서 3불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한 지 하루 뒤 열린 취임식에는 권영건(안동대 총장) 전 대교협 회장과 김영식 대교협 사무총장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총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그 어느 때보다 대학의 글로벌화와 수월성.자율성이 중요해졌다"며 "그중에서도 첫째가 자율화이므로 대학자율화위원회를 본격 가동하자"고 말했다. 이어 "자율화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모은 뒤 안을 발표하고 정부에 수시로 건의하겠다"고 다짐했다. 권 전 회장은 "이 회장의 자율화 추진 의지와 소신이 강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간부회의를 주재하며 3불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3불정책이 대학의 자율을 억압하고 있는 것으로 국민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서울을 시작으로 직접 전국을 돌며 3불정책 홍보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또 "외국어고들이 외국 명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했다며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기자들이 취재하듯) 외고가 왜 문제인지 체계적으로 실태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두 학자는 …
교수 시절 통하던 교육관
이제는 3불 공방 맞수로

◆ 학자 땐 교육관 통해=서울대 4년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30년 가까이 모교에서 교수 생활을 하며 한솥밥을 먹었다. 김 부총리는 교육학, 이 회장은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분야가 달라 개인적인 모임은 없다. 하지만 교육관은 비슷했다고 동료 교수들은 전한다. 김 부총리는 교수 시절 "획일적 교육 때문에 수월성도 평등성도 모두 죽었다"며 대학 자율화와 수월성 교육을 강조했다.

지난해 입각 전까지만 해도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성품이 올곧고 자율을 중시하는 '젠틀맨'으로 통했다"고 전했다.

서울대 최초로 공대 학장을 세 번 연임한 이 총장은 경쟁력을 중시하는 자율론자다. 차분한 성격이지만 일을 끈질기게 추진해 강철로봇 '마징가' 별명을 얻었다. 서울대 김도연 공대 학장은 "(이 총장이) 10년 전 끝까지 밀어붙여 자동차연구소를 처음 만들 때처럼 대학 자율화에 대한 집념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 각자 다른 길로=이 총장은 이날 직접적인 3불정책 언급은 자제했다. 그러나 지난달 "해외 유수 대학 중 내신 위주로 선발하는 곳은 없다. (내신 선발 방식은) 이 시대에 맞는 특별한 인재를 죽이는 입시제도"라고 지적했다. 또 "내신.수능.논술 모든 것을 하느라 불필요하게 (학생들의) 노력이 낭비된다. (정부가) 오락가락하고 여러 가지를 제약해 입시제도가 엉망"이라고 했다.

반면 김 부총리는 "대학들이 3불정책을 어기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손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달 구성한 자율화추진위원회의 논의 과제에도 3불정책은 제외됐다. 김 부총리는 5월 말까지 3불정책 홍보 투어를 20차례 한다. 학부모.교사는 물론 대학 총장들까지 만난다는 것이다.

포스텍(포항공대) 박찬모 총장은 "평생을 대학 자율과 경쟁력 강화를 외치던 분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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