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추어탕 산업단지'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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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으로 농가 소득을 창출해 FTA 파고를 넘겠다."

전북 남원시가 무공해 웰빙 향토음식으로 각광받는 추어탕의 산업화에 발 벗고 나선다. 2010년까지 총 10억여원의 사업비를 들여 추어(미꾸라지)를 소재로 한 식품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1차(생산)+2차(가공)+3차(축제.관광)산업이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추어탕 가공공장 설립=추어 산업 클러스터는 보절면 등에 20여만 평 규모로 조성한다. 남원의 토종 미꾸라지인 '미꾸리'를 키우는 양식장 20ha(5만7000여 평)와 추어탕의 재료인 시래기를 만들기 위해 무.배추 재배단지 56ha(16만8000여 평)를 만든다.

품질 좋은 미꾸라지를 생산하는 기술을 보급하기 위해 이백면 농업기술센터에 100여 평의 추어산업 연구센터도 설립한다. 이곳에서는 국립수산과학원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국내 최초로 미꾸라지 인공 부화와 치어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남원시는 국비 등 20억원을 지원받아 인공부화장, 실험실 치어를 키우는 수조.탱크 등의 시설공사를 하고 있다.

또 지리산 자락인 인월면에는 추어 가공 공장을 설립한다. 이 공장에서는 구입한 다음 전자레인지 등에 데워 바로 먹을 수 있는 통조림.레토르트 포장 형태의 추어탕을 개발하는 한편 비행기 기내식, 건강보조식품 등도 만들어 공급할 예정이다.

남원시가 클러스터 조성에 나선 것은 추어탕이 남원의 향토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최근 값싼 중국산 미꾸라지가 봇물처럼 들어오면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음식점 등에서는 일 년에 6000여t의 미꾸라지를 소비하는데 이 중 70% 가까운 4000t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전국에 '남원추어탕'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식당이 430곳 정도 된다.

◆추어의 거리.마을도 조성=남원시는 추어탕을 소재로 한 테마마을과 거리를 육성하고 이벤트도 활발하게 펼쳐 관광상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우선 추어탕집이 밀집한 광한루 주변 천거동을 '추어의 거리'로 이름 붙이고 브랜드(상표) 개발도 추진한다. 추어의 거리에는 높이 5m.폭 1m의 대형 미꾸라지 조형물을 설치하고 간판은 미꾸라지를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통일할 계획이다. 천거동에는 추어탕집 30여 곳이 모여 있다.

또 예부터 미꾸라지가 많은 보절면 용평.안평 마을을 추어 테마마을로 꾸민다. 마을별로 5개의 미꾸라지 양식장을 설치하는 한편 농민들이 미꾸라지를 풀어 농사를 짓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도시인이 마을을 찾아 미꾸라지 잡기 체험을 하고 추어탕 음식을 맛보는 등 농촌생태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들 마을에는 현재도 10여 농가가 미꾸라지 양식업을 하고 있다. 향토문화축제인 춘향제(5월) 때는 미꾸라지 잡기 체험 행사를 열고 '추어 데이'를 지정해 추어탕 값 할인 행사도 연다. 이와 함께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서 남원추어탕 상호를 사용하는 음식점을 남원 명예 홍보대사로 지정해 춘향제 등 행사가 열릴 때면 관련 자료를 발송하고 지역 농특산물에 대한 홍보.판매 창구 역할도 맡기기로 했다. 최중근 남원시장은 "추어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1차 생산품만으로 200여억원의 소득이 창출되고, 일 년에 50여만 명의 관광객이 우리 고장을 찾는 등 큰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남원=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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