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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개국] 업종별 긴급 점검 ⑥방송·통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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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미 FTA로 미국 방송물 수입이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은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의 한 장면. [중앙포토]

2090만 달러 2005년 국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미국 업체로부터 방송 관련 프로그램을 들여오면서 쓴 액수다. 같은 해 국내 PP가 미국으로 수출한 프로그램은53만 달러에 그쳤다.

한.미 FTA 타결로 국내 유료방송 콘텐트 시장이 사실상 개방됐다. 보도와 종합편성.홈쇼핑을 제외한 일반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를 100%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타임워너.디즈니 등 미국 미디어그룹이 국내 법인을 세워 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일 전망이다. 통신 분야도 마찬가지다. 외국 투자자나 외국 통신사가 국내 현지 법인을 세울 경우 KT.SK텔레콤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통신사업자의 지분을 100% 사들여 사업을 직접 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피 말리는 경쟁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PP 업계 재정비 불가피=방송 시청자들은 수준 높은 콘텐트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된다. 최근 인기가 치솟고 있는 미국 드라마를 미국 방영과 거의 동시에 볼 수 있게 되고, 국내 PP가 수입하지 않는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넓어질 전망이다. 또 CJ미디어.온미디어 등 국내 주요 PP가 미국 콘텐트와 경쟁하기 위해 자체 프로그램 제작에 힘쓸 것으로 예상돼 전반적으로 콘텐트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PP 업계는 비상이다. 한 PP 업체 관계자는 "(협상결과가) 최악"이라고 말했다. 국내 PP 업계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란 게 업계의 지배적 관측이다. 미국 미디어 업계는 국내 법인을 통해 우리말 더빙이나 광고 영업을 할 수 있는 만큼 국내 PP에 팔던 각종 콘텐트를 직접 배급할 가능성이 크다. 방송.영화.신문 등의 사업을 함께 하는 '복합 미디어 그룹' 형태의 미국 업체에 맞서려면 국내 미디어 업계도 몸집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이 때문에 PP 업계에 인수합병(M&A)이 본격화돼 대형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 분석이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윤호진 박사는 "국회 비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타결 내용 적용이 '협정 발효 3년 뒤'로 유예돼 사실상 5년 정도 시간이 남아 있다"며 "결국 국내 미디어 업체도 이 기간에 다양한 매체를 가진 미디어그룹 형태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정책 변화도 점쳐진다. 구창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그동안 국내 미디어 산업 성장을 가로막아온 규제와 진입장벽을 해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IPTV정책에 촉각=설비를 갖춰 통신 사업을 하는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이 일정 부분 풀림으로써 외국 사업자의 국내 시장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부 양환정 통신방송정책총괄팀장은 "외국인이 국내 통신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해당 분야에서 경쟁이 확대되고, 경쟁이 확대되면 요금 인하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외국인 100% 간접투자가 가능해지는 주요 기간통신사업자로는 ▶유선 분야의 하나로텔레콤.LG데이콤.온세통신▶무선 분야의 KTF.LG텔레콤▶초고속인터넷 분야의 LG파워콤 등이 있다. KTF는 모기업인 KT가 지분의 50% 이상을 갖고 있고, LG그룹 3개 통신사의 경우도 지주회사인 ㈜LG와 계열사의 지분율이 높은 편이어서 당장은 외국인이 경영권을 장악하기 쉽지 않지만 지분 제휴 등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평이다.(LG경제연구원 장재현 선임연구원)

외국업체들은 우리 정부의 인터넷TV(IPTV)와 인터넷전화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PTV 관련 법규가 마련되면 KT를 비롯한 통신업체들이 이 분야 사업에 대거 참여할 태세고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부증권 이영주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외국인이 IPTV나 인터넷전화 등 새로운 사업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원배.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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