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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HACKER)(상)|전산망불법침입…80년대 들어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89년 3월2일 목요일당시 서독경찰은 하노버·함부르크·서베를린 등의 15개 가옥을 수색하고 5명을 체포했다. 이들의 죄목은 미국·유럽과 일본의 국방체계에 관련된 전산망에 불법으로 침입한 죄였다.
이들이 전산망에 불법 침입하는 일, 즉 해킹(Hacking)을 시작한 것은 85년이며 처음으로 그 흔적이 밟힌 것은 86년8월이었다. 미국 버클리대학의 로렌스 연구소에 근무하며 천문학을 연구하던 스톨박사는 컴퓨터 사용료 청구금액이 자신이 계산한 것보다 75센트 많이 나온이유가 궁금해 차액의 원인을 추적하던 끝에 누군가가 자신의 컴퓨터 계좌를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사용했기 때문인 것을 발견하게 됐다. 이때부터 4개월간 침입자의 행동을 감시해본 결과 군사관련 전산망에 접근을 시도하려는 사실을 알게됐다. 침입자의 위치를 역추적하기 위해서는 그를 장시간 붙잡아 둘 필요가 있었는데 스톨박사는 이를 위해 거짓군사정보를 담은 「SDI네트」라는 파일을 만들어 놓고 침입자가 이를 읽는 2시간동안 역추적에 성공했다.
그러나 87년4월에 가서야 FBI가 이 사건에 대해 본격수사를 시작하게 됐고 88년 봄 이들이 발각됐다. 이때부터 이들의 행동이 흥미나 호기심에 의한 장난이었는지 아니면 고의적인 스파이행위인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는데 결국 이들은 군사활동, 연구개발, 전자통신에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홈쳐 소련KGB 스파이에 현금과 마약을 받고 제공한 것으로 판명돼 89년3월 체포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각국에서는 이런 새로운 형태의 첩보활동에 직면해 극비 컴퓨터 데이타를 보존하기 위한 정보시스팀 보안대책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래 해커란 단어 자체는 60년대에도 있었으나 이때는 주로 컴퓨터에 몰두하는 컴퓨터광을 총칭하는 단어였다. 따라서 해커는 근본적으로 파괴자라기보다는 한가지 일에 몰두하는 사람을 뜻한다. 70년대에 들어오면서 전화와 모뎀을 통한 컴퓨터연결이 가능해지자 현대적인 의미의 해커의 활동이 시작됐다. 80년대에 들어서는 수많은 PC(개인용 컴퓨터)들이 가정·학교·사무실로 보급되면서 컴퓨터 해커들의 활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81∼82년 사이에는 해커의 수가 늘기 시작했고 지하조직까지 형성됐다. 한명이 알게된 전산망의 패스워드는 지하조직을 통해 서로 교환된다. 그러다가 83년 한 소년이 해킹을 시도하는 도중 미 국가 안보체계에 침입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린 『War Games』라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후 수많은 청소년들이 해커에 대해 알게 됐고 침식까지 잃을 정도로 해킹을 시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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