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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인생은 60세부터…|「은발의 청춘」취업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쫄깃쫄깃한 순 녹말 당면입니다. 세일가격에 사은품도 드리고 있어요.』
휴일인 지난15일, 서울상계동 건영백화점 지하식품부 다시다코너. 회색 점퍼·스커트와 진 자주 빛 가디건의 유니폼을 입은 60대 판촉사원 이순천(61·서울 쌍문동)·김차연(61·서울 종암동)씨가 쇼핑 나온 주부들을 상대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지난해 7월 제일제당이 실시한 어머니사원모집에 40대1의 경쟁을 뚫고 최종합격, 이곳에 배치된 두 사람은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후2시에 출근해 오후6시까지 4시간동안 꼬박 서서 물건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젊은 사람 못지 않게 열성적으로 일한다.
시간급 2천원으로 계산, 하루4시간씩 일하고 버는 한달 수입은 24만원. 김씨는 『월급이 많지는 않지만 정기적 수입이 보장돼 가계에 큰 보탬이 된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양재동 농수산물유통공사 화훼공판장 경비원 강유성씨(60·서울상계동)는 지난해 11월 신문광고를 보고 입사, 16명의 동료와 함께 8명이 1개조가 되어 격일제로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강씨의 월수입은 40만원. 강씨는 국민연금·의료보험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데다 동료직원이 50∼63세의 중 고령자들이어서 근무분위기도 좋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의학의 발달 등으로 고령화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단순한 소일거리로서가 아니라 경제적 자립과 사회생활의 한 방편으로 정규직업을 찾는 노인들이 늘고 있으며 취업문오도 개방되고있다.
이에 따라 노인취업을 알선하는 기관도 은초록(588-1175), 노인능력은행(713-0347)등 4∼5개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으며 서울시는 지난해말 국회에서 고령자고용촉진법이 통과됨에 따라 노인취업알선센터를 건립, 운영할 계획.
지난90년 5월부터 무료로 노인취업을 알선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은초록의 경우 취업알선직종은 단순생산직, 버스·지하철 검표원, 자재·인사관리, 운전, 백화점상품배달, 번역·통역, 사무직, 경리, 원예작물재배 등 총50여종.
그동안 3천5백34명의 노인들로부터 구직신청을 받고 1천2백34명을 취업시켰다.
전자부품생산회사인 갑일전자(사장 황희선·서울 가리봉동 481)는 지난해11월 은초록을 통해 평균연령 60∼65세 노인 30명(남자 25명·여자 5명)을 모집, 생산라인에 배치시켰다.
10명이 1개조로 하루8시간 3교대 근무하는 노인사원들에게 지급되는 월급은 30만원.
『노인들의 연령이 60세 이상이지만 지각한번 하지 않고 의욕적으로 근무하고 있어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이 회사고문 목세균씨의 설명.
서울 상계시장(주)경리과에서 일하는 윤모씨(66)는 서울시청 우체국장 등을 지낸 전직 체신공무원출신. 윤씨는 지난해 5월부터 이곳에 취업, 월60만원씩 받고 인력·시설관리, 경리업무 등을 보고 있다.
이같이 보수나 근무조건이 좋은 곳도 있지만 대부분 직종은 단순 노무직인데다 월평균 보수도 20만∼30만원에 그쳐 노인들이 취업을 꺼리고 있어 취업자는 구직자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는 실정.
때문에 노인취업알선 관계자들은 고령자고용촉진을 위해서는 직종의 다양화, 보수의 현실화, 대기업의 노인고용 등이 활성화되어야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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