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헤매는 「시험지도난」 수사/정씨 기소로 본 수사과정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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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초동수사 우물쭈물… 방증확보 실패/새증거없이 절도혐의 추가기소 방침
후기대 시험지도난 사건을 수사해왔던 검찰이 유력한 용의자인 경비원 정계택씨(44)에 대해 횡령혐의 구속만기일인 19일 특수절도혐의 추가에 실패함으로써 경찰수사가 뚜렷한 진전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검찰은 정씨의 횡령혐의 구속기소로 신병이 계속 확보된 상태에서 방증수사를 계속,특수절도(시험지절취) 혐의의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는대로 법원에서 두 사건을 병합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사를 맡은 인천지검은 정씨가 현재 단독범행을 계속 주장하고 있고 시험지 도난현장 상황을 정확히 진술하고 있어 지금 상태만으로도 절도혐의 공소유지가 가능하다며 절도혐의 추가기소를 건의했으나 대검측의 범행동기 등에 대한 증거보강지시로 제동이 걸린 것.
그러나 검찰이 지난달 31일 정씨를 송치받은뒤 20여일동안이나 증거보강수사를 벌여왔음에도 시험지의 행방등 결정적 물증이나 정씨의 신뢰할만한 새 자백 등을 얻지 못하는등 수사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보아 앞으로의 수사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 결정적 증거추가 없이 정씨에게 특수절도혐의를 추가기소하게 될 전망이다.
◇검찰수사=경찰이 밝혀내지 못한 증거를 찾아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데다 자칫 책임문제가 뒤따르는 부담때문에 검찰은 20일간의 수사기간중 한번도 수사경위를 발표하지 못한채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때문에 인천지검은 형사부검사 5명외에 특수부·공안부 등에서 3명의 검사를 추가배치,8명의 검사로 대규모수사팀을 구성했으면서도 자신감을 잃고 시종 보도진의 접근을 통제해온 것은 물론,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도 철저한 보안속에 진행해왔다.
한때 추가기소를 건의했던 인천지검이 대검등 상부의 질책을 받고 결국 19일 추가기소방침을 철회한 것은 최근의 국과수파문과 관련,여론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검찰로서는 정씨를 추가기소했다가 증거부족 이유로 법원에서 낭패를 당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현재까지의 수사결과로 법률적으로는 유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지 못할 경우 검찰수사력에 대한 공신력이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정씨가 범행을 자백한 1월22일밤부터 검찰이 바로 정씨 주변에 대한 방증수사를 적극적으로 벌이지 못해 적절한 시기를 놓친 것이 후회스럽다』면서 인천지검 수사팀에 수사베테랑이 없어 대검이 수사기록을 검토하며 조언하는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수사=사건 초기 경비원 정씨의 자백을 성급히 발표,방증수사의 타이밍을 놓쳐버린 경찰은 초동수사 실패에 따른 문책을 두려워하고 있는 실정.
80여명의 형사를 동원,50여명의 소환조사와 함께 26차례에 걸친 현장답사와 수색작업을 펼쳐왔던 경찰은 이제 더이상 소환조사할 대상마저 찾지 못한채 대전등 지방에 파견했던 수사반을 철수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넓은 범위의 용의자로부터 출발,수사대상을 압축시켜나가야만 하는 수사의 절대원칙을 무너뜨리고 정씨의 자백을 중심으로,또는 돌연히 자살한 조병술 전 서울신학대 경비과장과의 관련을 다시 찾아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해 압축돼나가야만할 용의자수가 거꾸로 늘어나는 기형적 수사상황이 계속되어 왔다.
경찰은 정씨의 검찰송치이후 ▲정씨와 조씨의 보조키 소지 사실 ▲정씨가 주장한 사건당일의 행적이 서울신학대 식당종업원 등의 진술과 상이한 사실을 밝혀내고 정씨의 사건당일 행적을 어느정도 재구성해 검찰이 19일 추가기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다 예상외의 결과에 낭패스런 분위기와 함께 사실상 수사도 개점 휴업상태다.
경찰은 또한 유력한 범행연계고리인 조병술·조병길씨 형제와 정씨의 부분에 대해서도 조병술씨의 자살동기를 못밝힌데다 동생 병길씨의 범행관련 부인으로 조병길씨에 대한 수사를 무혐의로 마무리지은 상태다.
경찰은 당초 조병길씨가 시험지도난에 관련되었다는 제보가 조씨의 소송상대방이자 국과수 뇌물사건으로 구속된 이세용씨(42)에 의한 것으로 보아 신뢰성이 없다고 판단,『두 사건은 별개』라며 손을 놓고 있는 상태.
경찰의 한 관계자는 『자살한 조씨의 행적과 사건관련부분 수사가 벽에 부닥친데다 유력한 용의자였던 동생 조씨가 국과수사건에 개입돼 있어 수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시험지도난사건은 검찰·경찰이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고 정씨에게 절도혐의만 추가·기소할 경우 사법부의 유·무죄판단에 관계없이 국민들에게 계속 꺼림칙한 앙금을 남겨줄 것으로 보인다.<인천=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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