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가치」알 것 같아요/편의점 아르바이트 석달 김병문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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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시간당 천2백원에 6시간 근무/팔리고 채워지는 상품보며 보람
『상고를 졸업하고 졸업기념 여행경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일은 고되지만 「장사가 무엇인가」배울 수 있어 석달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서울 삼성동 24시간 편의점 「LG25」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병문군(20·서울 삼성동)은 유리로 둘러싸인 상점안에서 색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24시간 편의점은 일반 잡화점과는 달리 고객의 90% 이상이 20∼30대 젊은층입니다. 또 한밤에도 영업을 하다보니 이색적인 경험도 많아요.』
젊은 주부들은 외출할 때 시간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타나 『먹고 싶은 것 실컷 먹으면서 놀고 있으면 있다가 데리러 올께』라며 아이들을 맡겨 탁아소 역할도 해야 한다.
편의점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라면과 같은 「패스트푸드」가 즐비해 군것질을 하며 잘 놀곤 하지만 지쳐서 혼자 쓰러져 잠든 아이들을 볼때마다 김군은 이같은 모습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더라는 것.
김군의 근무시간은 평소에는 낮 1시부터 저녁 7시까지 6시간이며 보수는 시간당 1천2백원씩 하루 7천2백원. 김군은 직접 일을 해보니 돈의 귀중함을 실감할 수 있더라고 했다.
편의점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심야의 술꾼들.
『새벽에 술취한 고객이 나타나 술을 더 달라고 떼를 쓰거나 쓰러져 잠을 잘땐 난감합니다. 게다가 바닥에 토해놓거나 몸을 못가누고 매장 진열품을 흩뜨려 놓을 때면 기가 막히지요.』
대부분은 따뜻한 코피나 음료수를 권해 술을 깨도록 하지만 행패가 심해지면 불가피하게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다는 것.
김군은 또 한밤중 다른 손님이 아무도 없을 때 험상궂은 청년들이 떼지어 들어오면 혹시 강도가 아닐까 싶어 등골이 오싹해진다고 했다.
이밖에 손님들이 돈을 던지거나 반말을 마구 할때면 한바탕 싸우고 당장 때려치우고 싶지만 경험이라 여기고 꾹 참고 지낸다는 것.
야근을 하면 그 다음날엔 아무것도 할 수 없을만큼 피곤하지만 매일 나가고 채워지는 매장의 물건들을 보면서 느끼는 장사의 묘미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다고 했다.
김군은 『24시간 편의점이 시작된지 얼마 안돼서인지 상품이 젊은층에만 치중돼 주부나 노인층이 자주 찾지 않는 것이 안타깝고 즐비한 상품이 대부분 외제가 많다는 사실 또한 자존심이 상한다』고 지적했다.<남상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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